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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등대 보며 새해 설계하고 … 마이산서 청마 기운 받고 …

■ '말' 여행지를 찾아서

조랑말등대 옆 이호해변… 제주 야경 감상지로 제격

마이산 남쪽 기슭 탑사엔 풍상 이겨낸 기상 오롯이

서울경마공원 말박물관 1300여점 유물 한눈에

제주 이호테우해변 쌍둥이 조랑말 등대 옆에서 낚시꾼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거친 겨울파도를 이겨내고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염원을 품은 듯하다.

마이산을 북쪽에서 바라본 전경. 왼쪽이 동봉이고 오른쪽이 서봉이다.

과천 서울경마공원 내 '말 박물관'의 내부 모습. 역사상 말에 관련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가 밝았다. 갑오년 말띠는 '청마(靑馬)' 띠로도 불리는데 청마띠생은 특히 재능이 뛰어나고 활동적이라 전해진다. 여러 동물 가운데서도 말은 인간과 교감하며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경제적으로는 지금의 자동차가 그렇듯 말은 전통사회를 지탱한 기간산업이기도 했다. 말의 기운을 받아 활기찬 1년을 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 말띠해를 맞아 전국에 걸쳐 있는 말 관련 여행지를 살펴본다.

◇제주 이호테우해변 조랑말 등대=말 하면 제주도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풀을 뜯어먹는 말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도 특이한 '말'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호동의 이호테우해변에 서 있는 말이다.


이호테우해변은 제주국제공항에서 서쪽으로 약 5㎞ 떨어진 지점에 있어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길이는 약 250m, 폭은 120m, 검은색을 띠는 모래와 자갈로 덮여 있고 경사가 완만하며 조수의 차가 심하다.

이호테우해변에는 쌍둥이 말 등대가 있다. 마리나항 방파제 끝에 말 모양을 한 두 개의 등대가 있는데 높이는 12m나 된다.

보통 제주도의 항구에는 2개의 등대가 있는데 바다에서 볼 때 오른쪽은 빨간색, 왼쪽은 흰색으로 서로 다른 빛을 내 선박에 길을 안내해준다. 이호테우해변의 등대는 기존의 획일화한 등대 모양을 탈피해 제주 조랑말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멀리서 보면 트로이목마 두 개가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처에 해안도로가 조성돼 있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고 등대를 바라보며 산책하기도 좋다. 제주도의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시내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제주 시내의 야경을 볼 수 있어 밤 정취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마리나항은 좋은 낚시터이기도 하다.

말 등대는 이 지역에 '제주 이호랜드'라는 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고 마리나항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난 2008년 설치됐다. 사업성 논란으로 아직 이호랜드는 빈터로 남아 있어 다소 황량한 느낌을 준다. 등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항몽유적지·용두암·삼성혈 등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국내 말 관련 지명은 744곳=말과 관련된 곳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곳은 전라북도 진안에 있는 마이산(馬耳山)이다. 두 봉우리의 모양이 말의 귀처럼 생겼다 해 마이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라 때는 서다산(西多山), 고려시대에는 용출산(龍出山)이라고 불렸는데 마이산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높이는 서봉 685m, 동봉 678m로 서봉이 조금 더 높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경계에 있는데 남쪽 비탈면에서는 섬진강, 북쪽 비탈면에서는 금강의 수계가 각각 시작된다. 봉우리 전체가 거대한 바위로 나무는 별로 많지 않고 군데군데 관목과 침엽수·활엽수가 자란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봄에는 안갯속에 우뚝 솟은 두 봉우리가 쌍돛대배 같다 해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 사이에서 드러난 봉우리가 용의 뿔처럼 보인다 해 용각봉(龍角峰), 가을에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처럼 보인다 해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 해서 문필봉(文筆峰)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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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을 더욱 유명하게 하는 것은 남쪽 산기슭에 있는 마이산 탑사다. 이곳에는 독특한 돌탑이 있다. 이갑용 처사라는 사람이 1885년부터 30여년간 쌓았다고 하는 돌탑인데 비바람에도 100여년간 무너지지 않아 신비감을 준다. 현재 80여기 돌탑이 있는데 태풍이 강타했을 때 웬만한 나무는 뿌리째 뽑혀도 이 돌탑들은 조금씩 흔들렸을 뿐 쓰러지지 않았다고 한다.

마이산뿐만 아니라 전국에는 말 관련 이름이 붙은 지역이 적지 않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150만여개 지명 중에 말과 관련된 곳은 모두 744개다. 말 관련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은 전라남도로 장성군 남면 녹진리 '마산' 마을 등 142개의 지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남에 목장이 많이 설치됐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말의 다양한 모습과 관련된 지명도 많다. '마이산'을 비롯해 고개의 모습이 말 안장을 얹는 말의 등과 닮은 '마령재' 등이 있다. 전통시대에는 말이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음을 감안해 지친 말을 교환하고 쉬기도 했던 생활모습도 지명으로 남아 있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의 '말죽거리'를 비롯, 경북 상주시 모소면 삼포리의 '역마루', 충남 보령시 주포면의 '역말' 등이 그 예다. 그뿐만 아니라 '천마산' '용마봉' 등의 지명에서는 말이 하늘을 나는 천상의 동물로 묘사돼 있다.

◇말 관련 전시도 잇따라=말 관련 박물관과 전시장도 주의를 끈다. 수도권에 있는 말 관련 박물관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과천 서울경마공원 내에 있는 '말 박물관'이다. 경마공원 관람대 뒤쪽에 아담한 1층 건물이다.

박물관에는 삼국시대의 마구를 비롯해 조선시대 민간신앙을 보여주는 토제말, 기마전에 쓰였던 무기, 근현대 작가의 말 그림 등 1,300여점의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망라한 유물들이 소장돼 있다. 또 말의 생물학적 진화과정과 말 문화 연표를 볼 수 있고 과거와 현재의 말 놀이 문화를 비교함으로써 말을 역사학적으로 조명하는 특별공간도 마련돼 있다.

다만 경마경기에 가려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박물관 건물 주변에 흡연구역이 있어 경마에 몰두하는 흡연자들이 많은 것도 박물관 관람을 불편하게 한다.

말의 고장인 제주도에도 말 박물관이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조랑말 박물관'이 그곳이다. 이곳은 제주 전통 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제주지역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인 잣성이 가장 눈에 띈다. 전시관에는 말테우리(말몰이꾼)의 사계절과 헌마공신(獻馬功臣) 김만일 할아버지 이야기, 십소장·산마장·갑마장 등 말 관련 장소를 판화로 표현한 홍진숙 작가의 작품, 목축문화를 잘 보여주는 민속품 및 사진이 전시돼 있어 제주의 말과 제주 사람들의 목축문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이런 말 박물관들은 말 관련 공원도 함께 갖추고 있다. 과천 서울경마공원에는 포니랜드 등 테마파크가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 하기가 좋고 제주 조랑말박물관도 조랑말 체험공간과 함께 있다.

일반 박물관도 말 관련 전시에 나섰다.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은 오는 2월1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힘찬 질주, 말' 전을 통해 회화·사진·민속자료 등 말과 관련된 63점의 자료를 전시한다. 서울 마장동의 유래가 된 사복시 마장원(馬場院)과 관련된 '살곶이(箭串) 목장지도', 부부금실과 자손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곤마도(滾馬圖)', 지운영의 '유하마도(柳下馬圖)', 경주 현곡면 왕릉급 고분 호석(護石)의 말 세부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용인 경기도박물관도 12월 말까지 연중 내내 '2014 갑오년 말띠해 틈새전: 말 타고 지구 한 바퀴'를 진행한다. 한국의 말 문화뿐 아니라 세계의 말 문화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인간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말'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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