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투자,반성과 대책(사설)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과 실적이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해외투자의 결과가 신통치 않은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과거 2∼3년간 우리 기업들이 인수했거나 지분참여한 해외투자기업들이 적자행진을 계속하거나 경영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등 애물단지 노릇을 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도되고 있다.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선진국의 기업들과 비교해볼 때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 불어닥치고 있는 글로벌리제이션 추세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를 크게 활성화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투자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보도는 심각한 걱정거리를 제공한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투자에서 시련을 당하고 있는 첫번째 요인으로 최고경영자의 열망과 현실의 불일치를 들 수 있다. 국제화 내지 사세확장에 대한 과도한 집념이 꼼꼼한 계산없이 투자를 결정하게끔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LG전자의 제니스사 인수를 보면 인수 당시 LG그룹은 2005년까지 그룹 매출액을 3백조원으로 늘리겠다는 「확대경영론」에 취해 있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인수된 제니스사의 올해 실적은 적자는 더 늘어나면서 매출은 전년도보다 줄어드는 등 마이너스 효과만 가져다주고 있다. ○열망과 현실의 불일치 둘째, 사업특성, 즉 업종의 개념에 대한 인식없이 투자에 임하고 있다. 어떤 사업이 성공하려면 이를 운영하는 주체가 그 사업이 갖고 있는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행태를 보면 이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결여된 채 행해지고 있다. 현대전자의 맥스터사 인수가 그 좋은 예다. ○심각한 관리능력 부족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당초에는 삼성전자에 인수의사를 타진했으나 인수작업이 장기화되려는 시점에서 현대가 삼성과 거론되던 가격의 두배를 주고 가로채다시피 한 회사다. 그런데 문제는 HDD 사업이 현대전자로서는 처음 해보는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현대는 이로 인해 현재 엄청난 수업료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셋째, 해외기업 인수시 전략부재 및 인수 후 관리능력 부족의 문제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을 보면 대부분 외국의 유명한 컨설팅 업체들이 매개자로 나서고 있다. 즉, 우리 기업 스스로 인수대상기업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행하기보다는 유명 컨설팅업체에 거의 모든것을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일단 인수된 후에도 경영권을 확고히 쥐는 경우가 드물다. 현지인들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또는 부품업체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현지인을 최고경영자로 썼지만 콧대높은 이들을 제대로 부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인 경영자들이 과감히 뛰어들지도 못해 어정쩡한 관리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최우수인력 배치해야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우수인력의 최우선 배치다. 이만큼 됐으면 해외 진출이 얼마나 큰 진통을 겪어야 하는 일인가는 잘 배운 셈이다. 그런 만큼 새로 인수한 해외투자기업에는 본국 내에서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수하고 과단성 있는 경영자를 책임자로 내보내야 한다. 둘째, 사업진출의 타당성 검토, 사업성공요인, 사업의 특성파악 등에 대한 세심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를 과시하기 위한 무분별한 해외투자는 더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해외투자가 우리 기업의 미래상과 맞아떨어지는지, 또 인수 후 경영능력은 충분히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셋째, 인수 후 조직일체감, 이문화 수용 등의 관리능력도 점검되어야 한다. 선진국으로의 진출은 막연한 사대주의 때문에 움츠러들고 후진국으로의 진출은 알량한 우월감 때문에 노사분규 등 엄청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식의 실수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해외투자는 최고경영자가 확고한 장기비전을 가져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지고, 사전단계에서부터 신중한 분석이 따르고, 투자에 대한 시기와 규모가 제대로 선택되며, 또 현지화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행해질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동안의 선례를 교훈삼아 보다 충실한 우리 기업의 세계화가 전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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