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서비스업서 국부유출 막아야

FTA·인터넷 영향 유통장벽 붕괴

소비자들 해외 직접 구매 늘려

제조업서 돈 벌어 유통서 잃는 꼴

독과점 규제강화·저비용사회 건설을


우리 경제는 일본과 같이 장기간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것은 국부 창출과 연관이 있다. 국가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국가의 부, 즉 국부가 창출돼야 하고 축적된 부를 국민들이 나눠가지면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생산성을 높여 자체적으로 국부를 창출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 규모가 작고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수출을 통해서만 국부가 늘어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제조업 수출을 통해, 즉 수출주도 성장전략으로 국부를 창출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가 국부에 관심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진국들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수출해 국부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신흥 시장국에 서비스와 금융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미국은 비록 제조업 수출경쟁력은 낮지만 금융과 서비스업은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아무리 자동차나 전자제품과 같은 제조업 수출을 늘려도 서비스업에서 수입이 늘어나거나 이 부문에서 국부 유출이 발생한다면 국부는 창출되기 어렵다. 결국 나라 경제는 저성장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업에는 다양한 업종이 있으나 유통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영학과에서 가장 전공 교수가 많은 분야는 유통과 마케팅이다. 그만큼 우리는 이제 제품을 만들기보다 구매하는 비중이 늘어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유통은 국내 업체들이 독점해왔다. 소비자가 외국에서 구입할 경우 많은 거래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과 인터넷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장벽이 없어지고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변모하는 등 유통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유통업에서도 국부 유출이 우려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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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에서 외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국내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외국과의 가격 차이에도 국내 소비자가 국내에서 소비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 환경 변화에 따라 외국 업체로부터 구매를 늘리면서 국내 수요가 줄어들고 내수침체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배경은 우리 경제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독과점구조에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은 독과점 이윤을 얻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할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는 저렴하게 팔고 국내 소비자에게는 비싸게 파는 가격 차별을 시행하고 있다.

고비용 사회구조도 문제다. 각종 비용이 높기 때문에 판매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거비와 임금, 그리고 생활 물가와 교육비 등 모든 비용이 외국보다 높아 가격을 높이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다시 주거비와 생활 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에 우리 경제를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서비스업과 유통업에서의 국부 유출이 가속화할 경우 우리 경제는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의 추격으로 제조업 제품 수출을 통한 국부 창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서비스업에서 국부 유출까지 발생하면 우리 경제에 수출 감소에 내수 침체까지 겹쳐지면서 지금의 저성장 국면에서 장기간 벗어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과 유통업에서의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저비용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각종 제도를 개선해 생활 물가를 낮추고 전세 가격을 안정시켜 현재의 고비용 사회를 저비용 사회로 만들어야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고 독과점 규제를 강화해 국내 판매 가격을 낮춰야 한다. 유통업자들 역시 변화된 유통환경을 인식해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이렇게 해야 제조업에서의 국부 창출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의 국부 유출을 막아 우리 경제는 지금의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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