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수요자중심으로(금융빅뱅)

◎은행 증권 보험 3대축 업무영역 장벽 허물기/경쟁과 도태 소용돌이 우리경제 극복이 과제정부가 추진중인 금융개혁의 골자는 한마디로 그동안 공급자(금융기관) 위주로 형성돼 온 금융산업구조를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금융을 노사개혁에 이어 경제정책 부문의 마지막 개혁으로 삼아 민간수요자의 입장에서 획기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는게 정부의 각오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융권내의 자금이 수요자를 찾아 원활하게 움직여야만 실질적인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판단아래 최우선과제로 금융기관간 업무영역 장벽을 허무는 작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간 업무경쟁을 촉발시켜 일반인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논리다. 금융기관간 업무영역 조정은 일단 은행·보험·증권 등 3대 금융축의 핵심 고유업무를 제외한 부수업무에 상호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예컨대 은행에 대해서는 그동안 금지되어 온 보험복합상품 취급과 회사채등 유가증권 인수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 은행의 회사채 주간사업무가 허용되면 기업들의 채권발행이 손쉬워지고 이를 통해 실세금리 인하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보험사에 대해서는 기업어음 할인업무와 보험금신탁업무, 지급보증업무 등이 허용되고 증권사에는 외환업무와 투신 종금업무중 일부가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동일한 이유가 적용된다. 이밖에 신용카드·리스·할부금융·신기술금융 등 대출을 전담하는 여신전문기관들도 하나로 통합된다. 이에따라 4개업종간 장벽은 완전히 허물어지게 되며 연간 1백조원을 넘는 거대금융시장이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이같은 업무영역의 파괴는 금융기관간 치열한 경쟁을 유발, 결국 경쟁에서 뒤처진 부실기관의 도태와 흡수합병이라는 수순으로 이어질게 뻔하다. 그동안 온실속의 화초로 비유되어 왔던 국내금융시장에 바야흐로 춘추전국의 경쟁논리가 자리잡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빗장이 열린 곳은 보험분야다. 지난해 5대재벌의 보험시장 진출이 허용되면서 현대·LG·대우·SK등 대기업들의 시장진입이 구체화되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기존 중앙생명을 인수, 생보시장에 진출했으며 LG그룹도 부실규모가 큰 지방생보사 인수를 통해 보험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간의 인수합병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잇따른 대기업부도 여파로 엄청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부실은행들이 대거 정리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흐름과 관련,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은행합병의 이론과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25개 일반은행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수은행으로 조흥·국민·신한은행 등 3개 은행을 꼽았으며 피합병 가능성이 높은 은행으로는 지방연고를 갖고 있는 T·B·H은행등을 지목했다. 대형 우량은행에 지역적 기반이 튼튼한 지방은행을 결합시킬 경우 가장 이상적인 금융결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6공시절 뚜렷한 명분없이 정치적 이유로 설립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3개의 D은행도 피합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막대한 부실채권과 외화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종금사들은 일부 우량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M&A를 통한 구조조정의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개혁의 성공여부는 일단 최우선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현행 금융영역 장벽철폐가 얼마나 빨리,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초 의정부지역 상호신용금고 부도파문에서 나타나듯 우리 경제는 일개 금융기관의 파산설만으로도 지역경제가 휘청거리는 취약한 모습이다. 이런 판에 과연 일시에 휘몰아칠 경쟁과 도태의 충격을 제대로 감내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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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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