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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되고 싶다' 열광하는 나라
[기회의 땅 아프리카를 가다] 검은 대륙의 러브콜"한국식 성장이 롤모델"… 우리기업 전용 단지까지 조성
나이지리아ㆍ에티오피아=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케냐ㆍ남아공=임지훈기자 jhlim@sed.co.kr
나이지리아의 라고스시장에서 현지 여성들이 장을 보고 있다. 아프리카의 각국 정부들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성장비법을 배우고 싶어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김현상기자
에티오피아 "한국 기업 모든 편의 제공"… 새마을운동 접목해 농·축산업 선진화도
나이지리아, 식민지배·내전 경험 동질감… "한국 기업 투자하기 좋은 환경 만들 것"
에티오피아는 최근 한국 섬유업체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도 아디스아바바 내에 수출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산업단지에는 세관ㆍ소방서ㆍ경찰서ㆍ병원 등 행정시설을 비롯해 근로자들의 교육훈련을 담당할 트레이닝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기회의 땅 아프리카로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각국 정부들의 열의가 뜨겁다. 타데세 하일레 에티오피아 산업부 차관은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시도되는 이 산업단지는 한국 기업들에 가능한 모든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보다 많은 투자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오로지 한국 기업들만을 겨냥한 산업단지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한국 기업들을 향한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맞춤형 산업단지를 조성하는가 하면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 배우기에도 여념이 없다. 아프리카에서 취재진이 만난 현지 정부 관료와 경제계 인사들은 어김없이 자신들이 '친한파'임을 자처했다.
이들이 그토록 한국에 열광하는 것은 과거 식민지배와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최빈국에서 반세기 만에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경험이 아프리카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실제로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농업 발전이 이끄는 산업화' 전략을 앞세워 오는 2025년까지 중진국 대열에 들어선다는 야심찬 비전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에티오피아는 지난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롤모델로 삼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하는 농축산업의 선진화에 나서고 있다.
원디라드 만데프로 에티오피아 농업부 차관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 중인 새마을운동의 성과가 매우 좋게 나타나고 있어 에티오피아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한국의 선진 영농기법이 성공적으로 접목될 경우 에티오피아 농가의 가난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외에도 요즘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배우기' 열풍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다 유수프 나이지리아 라고스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아프리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거 식민지배와 내전ㆍ군부독재 등을 경험했다는 정서적인 동질감이 있다"며 "비슷한 과거를 지닌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인구 1억6,000만명의 나이지리아가 단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반면 인구 5,000만명의 한국이 당당히 메달 순위 5위에 오른 것도 굉장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아직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소극적이라는 점에는 모두 아쉬움을 나타냈다. 뉴웨이 게브레햅 에티오피아 경제수석은 "한국산 제품은 품질과 기술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정작 아프리카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는 매우 적은 편"이라며 "한국 정부가 한국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면 이를 개선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데무 테클레 에너지부 차관도 "유럽과 중국에 비해 아직 한국 기업의 투자나 관심은 저조한 상황"이라며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이 현지 인프라와 발전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정부 관료와 재계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아프리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수프 사무총장은 "아프리카가 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아직 투자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포기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전문 컨설팅업체의 헤녹 대표도 "한국 기업들은 이것저것 재보기만 하다가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최소 6~7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더욱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아프리카에 늦게 진출한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서부ㆍ동부ㆍ남부 아프리카 등 각 지역별로 경제통합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아프리카의 잠재적인 성장가치는 훨씬 더 크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적 민간기업단체 BLSA의 사키 회장은 '문화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키 회장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중국 제품의 질은 믿지 못하지만 삼성의 제품은 최고로 여긴다"며 "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삼성을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최경주가 한국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할 때는 스포츠ㆍ문화 마케팅에 신경을 써야만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정부 차원에서도 힘을 보태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그는 "남아공과 프랑스의 경우 양국 대사관이 서로 연계해 1년을 6개월씩 나눠 '남아공 시즌' '프랑스 시즌'으로 정하고 서로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교류하고 있다"며 "미국과 영국도 남아공에 문화원을 두고 비슷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대사관도 이런 활동을 하면 호응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