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변국과 공조강화등 '환율전쟁' 경고메세지

■ 정부·亞각국 엔低대책엔저를 막기 위해 정부가 맨 먼저 꺼낸 카드는 외교 채널을 통한 전방위 압박이다. 중국정부도 엔화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엔화가치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아시아각국의 공조체제는 자연스럽게 강화될 전망이다. ◇환율전쟁 경고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4일 "올초 일본 고베(神戶)에서 열린 아시아유럽회의(ASEM)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을 때 우리 정부는 이미 일본이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는 수단으로 환율정책(엔저 유도)을 동원할 경우 전세계적인 환율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진 부총리는 이어 "엔저 현상만 지속될 경우 경제에 큰 충격을 주겠지만 최근 원화의 움직임은 엔화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정부의 기본 스탠스는 엔저에 따른 원화의 평가절하는 용인하되 급속한 엔저는 외교적인 노력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막아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도 26일 오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 재무성 차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과 구로다 차관은 한ㆍ중ㆍ일 통화스왑협정을 출발시킨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이로 평소 농담을 나눌만큼 매우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둘 다 양국의 환율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책임자라는 점에서 김 정책관의 이날 전화통화는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로다 차관은 김 정책관의 유감표명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엔화약세를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본의 국제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엔화의 움직임이 달러 등 국제 메이저 통화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약세기조가 급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정책관은 "조급하게 시장개입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엔화가 달러당 140엔대까지 떨어질 조짐을 보일 경우 단계적인 시장조작(Smoothing Operation)에 나설 방침이다.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에는 보유외환을 시장에 푸는 비상대책도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경쟁국들 엔저 저지에 공동 보조 =중국의 인민일보는 최근 엔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아시아 경제를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이 엔저 용인을 지속할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연쇄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불러와 지난 97~98년 외환위기 당시 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중국의 경고는 점점 현실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엔화가 달러 당 130엔 후반까지 밀리면서 타이완 달러, 싱가포르 달러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동반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각국은 일본처럼 평가절하를 지속할만큼 여유롭지 않다. 통화가치 하락은 외채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도 커지게 하기 때문이다. 만일 아시아 각국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집단적인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및 이로 인한 외환위기를 맞을 공산도 크다. 타이완의 경우 지난 5~7월 수출 진작책의 일환으로 달러화에 대해 5% 정도의 평가절하를 용인했다가 외국인 투자자의 철수가 러시를 이루자 외환운용 기조를 급히 수정하기도 했다. 아시아 각국은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로 거둘 수 있는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한데도 이를 무시, 국제 외환시장만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일제히 일본에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아시아 각국이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구영기자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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