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 시중은행들의 영업수익이 급증하면서 영업지원을 위해 쓰는 판매관리비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아직은 은행들의 영업전쟁이 출혈경쟁 수준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이 영업에 쓴 돈보다 이익을 내는 비율이 더 컸기 때문이다. 7일 본지가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개 은행의 올 상반기 영업수익은 32조8,016억원으로, 지난 2003년 상반기 22조3,969억원에 비해 46.5%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에 5대 은행의 판매관리비는 3조2,721억원에서 4조5,367억원으로 38.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조사대상 은행들의 영업수익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은 2003년 상반기 14.6%에서 올 상반기에는 13.8%로 0.8%포인트 낮아졌다. 은행들이 영업을 위해 판매관리비를 크게 늘리고 있지만 그에 따른 영업이익이 창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영업전쟁을 통해 자산을 증가시킴으로써 고정비 비중을 감소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가장 큰 비용절감 효과를 내 같은 기간 영업수익이 98.3% 늘어난 반면 비용 증가는 33.8%에 그쳤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2003년 상반기 17.7%에서 올 상반기에는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11.9%로 떨어졌다. 우리은행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재무약정이행(MOU) 점검을 받고 있어 내핍경영이 불가피했다는 점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에 해당하는 고정비용을 일부 늘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환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상반기 14.7%에 달했던 판매관리비 비중이 올 상반기에는 12.8%로 낮아져 우리은행의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2003년 12.5%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건실한 경영을 했지만 조흥은행과의 합병으로 올 상반기에는 13.1%로 다소 올랐지만 합병 후유증을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7.4%까지 높아졌던 판매관리비 비중을 14.1%까지 3.3%포인트나 낮췄지만 시중은행 평균인 13.8%를 웃돌았다. 국민은행의 경우 판매관리비 비중이 14%대에서 2005년 이후 2년 연속 16.1%로 높아졌다. 이는 2005년 상반기 대규모 명예퇴직 자금이 지출된 데 이어 올 상반기까지 선진국형 영업ㆍ창구ㆍ후선업무 등 업무 분립 추진에 따라 대규모 비정규직 인력을 채용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효율성이 높은 외환은행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 시중은행 평균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영업전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아직 출혈경쟁 수준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경쟁이 제살깎기식으로 갈 경우 향후 비용절감 필요성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