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윤용로 기업은행장

"他은행들 몸 사릴때 적극 대출 中企에 실질적인 도움 줄것"<br>48년 축적 '中企금융DNA' 바탕 금융위기에 선제적 대응<br>올 대출 순증목표 12兆원… '신용 모니터링'통해 부실 최소화<br>시중銀과 동등한 경쟁여건 조성위해 '경영의 민영화' 시급



"경기순응적 금융지원보다 경기조정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습니다." 윤용로(사진)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들이 중기대출을 늘릴 때 취급을 자제하고 금융위기로 다른 은행들이 몸을 사릴 때 적극적인 대출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차별적인 대출정책으로 중소기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금융시장을 보완하는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최강의 은행으로 성장하는 것이 기업은행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 사업부문별 역량을 강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기를 맞아 중소기업 지원에 선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요. ▦기업은행은 지난 48년간 축적해온 중소기업 지원 노하우와 업무능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를 '중소기업금융 DNA'로 부릅니다. 이는 오랜 세월 임직원 개개인이 체득한 중소기업 친화적 태도가 몸에 배 DNA로 승화된 것으로 기업은행만 가지고 있는 힘입니다. 여기에 여신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특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갖춘데다 600명 이상의 중소기업 전문심사역들이 우량 중소기업을 가리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본체력이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경기가 바닥을 찍었느냐에 대한 의견이 많습니다. 올해 경기전망과 바닥은 언제쯤 될 것으로 보시나요.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실물경제 하락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경기회복을 논하기는 이릅니다. 세계경제가 침체된 상황이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조속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 실업률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가계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부진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단기간 내에는 어렵고 바닥이 긴 U자형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 4ㆍ4분기 이후에는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고 내년 하반기는 돼야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듯합니다. 다만 정부의 대응이나 글로벌 공조의 성공 여부에 따라 회복시점은 좀 더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향후 부실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요. ▦현재의 유동성 공급은 당초 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경기조절자로서의 공적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올해 중기대출 순증 목표를 12조원으로 잡았습니다. 유동성 공급확대 시기에는 일부 경쟁력이 미약한 기업에까지 여신이 지원될 가능성이 있지만 신용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부실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 담보인정비율 강화 및 자동재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전체 업종을 17개 산업으로 분류해 한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외화차입은 잘되고 있는지요. ▦올해 조달목표(16억달러)를 이미 달성했습니다. 외화자금도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10억달러 이상 여유가 있습니다. 만기도래 차입금 상황이나 수출입 업체 금융지원에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필요할 경우 다각적인 방법으로 외화를 조달해 금융위기에 대비한 유동성을 확보해나갈 계획입니다.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구조조정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건설ㆍ조선업 등 부실이 우려되는 업종 위주로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해운업과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는 등 구조조정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물론 추진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 또는 채권금융기관과 구조조정 대상 회사 간에 이견이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신규자금 지원에 대한 타당성 및 금융기관별 배분액 등을 놓고 말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번 구조조정의 방향이 옳다고 봅니다. 경기침체가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고 향후 그 추진속도는 다소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일반행원 임금삭감 등 일자리 창출 문제와 관련된 노사협의 진행상황은 어떤지요. ▦대졸초임은 당초 3,700만원에서 20% 삭감해 2,900만원으로 조정했습니다. 부ㆍ점장급 이상은 자율결의를 통해 총임금의 5%를 반납했습니다. 임금삭감분과 반납분은 각각 청년인턴 채용과 중소기업 금리 감면에 쓰입니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반납은 노조와의 협의절차가 필요하고 현재 공단협에서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이 문제도 같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公)금융'으로서의 역할을 감안해 기업은행 민영화를 보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기업은행의 중장기 전략은 중소기업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최강의 은행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또 사업부문별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는 것입니다. 시기가 문제이지 중장기 방향은 옳습니다. 따라서 일부 추진과제나 시행시점에 대한 미세조정 정도만 필요한 상황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의 민영화보다 경영의 민영화가 시급하다는 점입니다. 효율적인 중기지원을 위해 영업 측면에서는 시중은행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인턴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데 효과적인 인턴 운영을 위한 기업은행만의 제도가 있습니까. ▦기업은행은 청년인턴 과정을 'I-Frontier'라는 브랜드로 특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턴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실질적인 직장체험과 자기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기별로 ▦인턴코스(적응) ▦레지던트(숙련) ▦닥터케어(취업지원) 단계로 나눠 수행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인턴 운영을 막기 위해 채용 전 은행본부와 영업점을 대상으로 희망업무와 근무지를 조사했습니다. 각 부서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배치되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또 워크숍 및 창업실무강좌 등을 통해 인턴들의 취업경쟁력을 높여주고 우수 인턴에게는 하반기 정규직 공채시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특전을 부여할 예정입니다.
◇약력

▦1955년 충남 예산 ▦1974년 중앙고 졸업 ▦1978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1987년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1977년 행정고시 21회 합격 ▦1978년 재무부 국세심판소 사무관 ▦1994년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파견 ▦1997년 재무부 관세협력과장 ▦1998년 재정경제부 장관실 비서관 ▦2000년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 ▦2005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2007년 12월 중소기업 은행장
■尹행장의 승부수
"리스크관리 보다 이젠 양·질적 성장 동시추구
기업·개인고객 각각 20만·1,000만 확보할 것" "오는 2010년까지 거래기업 20만개, 개인고객 1,000만명을 확보하겠습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새롭게 던진 승부수다. 지난 2007년 12월 취임한 윤 행장은 "골프로 치면 8번 홀에서 퍼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17만개와 811만명 수준인 기업과 개인고객 수를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20%가량 늘려 제2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절반 동안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면 남은 절반은 고객기반 확충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이다. 지난 임기 동안 윤 행장이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리스크 관리다. 그는 은행장 후보면접 때도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고 이 같은 소신이 은행장으로 뽑힌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그는 "감(感)으로 하는 심사는 부실을 낳고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은행의 건전여신 운용을 위해서는 철저한 평가 시스템에 따라 옥석을 가리는 심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600명 이상의 중소기업 전문심사역을 현장에 배치한 것도 이 같은 생각이 뒷받침됐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특히 금융위기가 오면서 그가 강조한 사전 리스크 관리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전체 여신 중 중기대출 비중이 80%를 넘으면서도 은행권에서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좋은 성적이 나왔음에도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특히 '머리로 영업하는 것'이 다소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무조건 영업을 하기보다는 사전에 재무제표와 회사 사정을 제대로 분석한 후 나서야 영업을 잘할 수 있다"며 "여신심사역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모든 직원들이 심사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훈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질적인 변화와 함께 윤 행장이 주안점을 두는 또 다른 분야는 양적 성장이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거래기업 수가 16만개에서 정체돼 있었는데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해부터 기업은행을 찾는 중소기업이 크게 늘어 올 들어서만도 6,500여개의 업체를 새로 유치했다"며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기업과 개인고객을 유치해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질과 양적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며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작은 거인' 윤 행장. 그가 금융위기라는 격변기를 맞아 다시 쓰고 있는 기업은행의 새 역사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가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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