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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렵습니다."
영업맨 출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로, 특유의 환한 미소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증권업계를 이끌어온 나재철(사진) 대신증권(003540) 대표는 올해 증권업 전망을 평소와 달리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창사 이래 구조조정이 없었던 대신증권도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직원들을 떠나보내며 포장마차에서 한참을 울었다던 나 대표의 눈빛은 지난해와 사뭇 달랐다. 좀 더 냉철하게 업황을 보고 기회가 있는 시장에는 필사적으로 달려들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한편으로 그의 미묘한 변화에서 증권업계에 번지고 있는 위기의식을 엿볼 수도 있었다.
올해도 증권업의 반등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힘든 상황에서 대신증권은 사회구조적 변화 속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 나 대표는 "주식 시장이 어렵지만 자산관리(WM) 부문은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지속과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로 성장성이 여전히 큰 부문"이라며 "노후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증대되면서 고객들의 투자 패턴 역시 단기적인 '트레이딩(trading)' 중심에서 장기적인 '인베스트(invest)'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녀들의 부모 부양에 대한 개념이 약해지면서 스스로 노후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스스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WM 시장으로 연금 자금이 점차 유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올해 WM 부문을 가장 주력해 키울 계획이다. 나 대표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전망에 기반한 상품 마케팅, 생애주기별 자산관리 서비스 구축,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강화를 목표로 WM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청약열기를 통해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WM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금융정보기술(IT) 분야에 강점이 있었던 대신증권은 핀테크라는 새로운 조류에서 또 다른 성장의 기회도 찾겠다는 계획이다. 나 대표는 "알리바바와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지급결제·송금 서비스부터 투자중개까지 업무범위를 넓히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융복합이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시장 진출을 위한 플랫폼 도입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대표는 침체된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좀 더 시장친화적인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지난해 여러 부분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지만 정책 방향을 뒷받침하는 실질적 조치는 기대에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며 "올해는 시장친화적인 규제 정비와 금융구조 개혁이 보다 필요하고 증권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이일드 채권시장 활성화, 유망 중소기업 IB서비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관한 금융 서비스, 국민들의 은퇴자산에 대한 서비스 체계 마련 등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