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투자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28일 발의했다. 기업의 최대주주나 임원이 주가조작이나 횡령ㆍ배임, 분식회계, 재산 국외도피 등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 사내외 이사 및 감사 선임을 금지해 이들의 경영참여를 '원천봉쇄'한다는 게 핵심이다.
대상은 파산선고를 받거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다. 현직에 있더라도 해당 범죄사실이 밝혀져 실형이 선고될 경우 사내외 이사나 감사직에서 중도 하차해야 한다. 적용기간은 형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았으나 집행유예로 유예기간이 집행 중인 자도 사내외 이사나 감사로 선임될 수 없는 '블랙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다.
유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몇몇 대기업의 경우 사내 정관에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인물도 임원에 선임한다'는 조항을 두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며 "주식회사에서도 이사나 감사 등에 대한 결격사유 신설이 필요해 경제사범의 경우 경영참여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오너와 임원이 주가조작이나 횡령과 같은 범죄에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들어나고 있고 경제민주화 흐름으로 기업 오너나 임원의 도덕성 해이나 부정ㆍ부패 사실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점도 이번 법안이 추진되는 배경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회사에서 경제범죄 전력이 있는 자를 임원으로 선임하지 못하는 것을 전체 상장회사로 확대하는 것은 주주 보호와 직결될 수 있다"며 "일각에서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으나 상장회사가 투자자 보호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상법 개정안이 빛을 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미 금고 등 실형이 집행된 상황에서 사내외 이사나 감사 선임 등을 막는 게 이중 처벌일 수 있다는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CJ와 SKㆍ한화 등 그룹 총수의 경제범죄 연루사실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서거나 최근 착수한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저항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범죄사실로 인해 처벌을 받은 자를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막는 것은 이중 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며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진의 전문성을 중시해야 하는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도 대표소송과 손해배상제도 등 이미 안전장치가 있는 상황"이라며 "범죄사실만 가지고 사내외 이사 선임을 제한한다는 발상 자체가 경제민주화 바람에 기댄 입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