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감 몰아주기 잡겠다고 자살골 넣어서야

국회 정무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며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 후유증이 걱정된다. 설익은 중복ㆍ과잉 규제로 대기업집단의 성공 방정식이 평가절하되고 매도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 법안논의 과정에서 '독소조항'이 걸러져야 할 것이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검토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해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발의한 복수의 의원입법안으로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으로 불린다. 일감을 받은 기업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이면 총수가 해당 거래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간주, 재판 때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을 하겠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터이나 이는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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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내부거래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지금은 불공정거래ㆍ경쟁제한금지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앞으로는 경제력집중 억제 차원에서도 함께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로 과징금을 물렸다가 부당성ㆍ경쟁제한성 입증이 어려워 종종 법원에서 패소하자 시장가격보다 계열사 간 거래단가가 높거나 지나치게 많은 거래물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의 제재편의주의인 셈이다.

내부거래 중에는 수직 계열화된 기업집단의 정상적 영업활동도 적잖아 계열사 간 효율적 거래까지 위축될 수 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효율성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면 기업의 리스크만 높일 뿐이다. 미국ㆍ일본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활발하지만 규제하지 않는데 우리만 규제하면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게 된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공론화에 더 노력해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지 말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한국경제에 자살골을 넣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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