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환율급등 따른 외화 급속이탈 사전차단

■ 정부 "환시장 불안땐 보유외화 방출" <br>서브프라임 파장 확산위기 인식<br>상승속도 조절위해 강력히 개입 시사<br>"외환 보유고 2,000억弗 넘어 대응 충분"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정부가 국내에서의 엔캐리 자금 청산,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 등으로 달러, 엔 등 외화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엔고는 당장 엔화대출이 많은 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우리 수출 기업에는 도움이 된다. 문제는 속도다. 원ㆍ달러 환율, 원ㆍ엔 환율이 서서히 상승할 경우 시장에 충격도 주지 않으면서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급격히 변동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청산되는 엔캐리 자금 청산(국내 엔화자금 이탈)에 이어 급격한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주식 자금까지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우리 경제에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재정경제부가 밝힌 외환보유고 활용 방안은 실제 외환보유고를 사용한다기보다 이 같은 환율 상승 속도조절용 발언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강력한 구두개입을 통해 신용경색, 급격한 환율 절하, 주식 투매 등 불안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 ◇심각해진 정부의 상황인식=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제한적 영향’이었다. 정부는 지난 16일 공식 자료를 통해 “국내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며 국제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신용경색도 부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즉각 유동성 공급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외화 유동성 공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17일 외환시장 수급 불안시 외환보유고를 방출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그만큼 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환율도 급격히 절하되고 있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이 점점 확산되는 등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절하되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급격한 속도”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 말 현재 우리 외환보유고는 총 2,548억달러로 전세계 4위 규모다. ◇외환보유고 풀어 서브프라임 악재 막겠다=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부실로 신용경색이 발생, 해외차입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이 적정범위를 벗어날 경우 즉각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로 전세계 4위인 한국 입장에서는 보유 달러를 풀어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즉 금융기관 등이 달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리보 금리 수준으로 방출하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 등의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달러를 빌릴 수 있고 한은도 그에 따른 운용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정부는 또 환율의 적정선을 달러 당 930원으로 보고 이 수준을 맞추기 위해 주력하기로 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 대해 한은의 한 관계자는 “외화 유동성 공급은 현재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며 “서브프라임 부실 이후에도 외환시장 거래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주 일부 은행이 한은에 달러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며 “이는 자금 경색 때문이 아닌 영업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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