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삼성의 대북경협 계약은 지난해 남북경제협력 활성화조치 이후 금강산 개발사업을 제외하면 국내 10대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맺은 대북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지난 97년 LG가 가리비양식사업과 자전거 조립·생산사업 승인을 받은 이후 국내 대기업의 남북경협 프로젝트로는 가장 큰 규모이다.
단순교역은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비교적 정치적 영향을 크게 받는 경제협력사업이 이뤄지게 됐다는 점에서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계약체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북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기관이나 무역협회에서는 아직까지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일괄 타결 협상이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어 남북경협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대북사업이 경제협력 차원보다는 대기업간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이뤄지는 부분도 많아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기업의 대북경협사업은 90년대 들어 봇물을 이뤘으나 실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미미한 실정이다.
현대의 금강산개발사업을 제외하고 대우와 태창·녹십자·아자커뮤니케이션·미흥식품산업 등 5개 민간기업과 경수로지원사업과 관련한 한국전력공사·한국통신·외환은행 등 3개 기업을 포함해 8개 기업이 경제협력사업을 승인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투자가 이뤄져 가동 중인 경제협력사업은 경수로 관련 3개 사업을 제외하고는 대우의 민족산업총회사와 태창의 금강산샘물합영회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삼성의 대북경제협력사업은 국내기업의 대북경협 활성화의 계기가 된다기보다는 금강산개발사업으로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잡은 현대와 본격적인 경쟁에 삼성이 뛰어들었다는 점에 보다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이 이번 대북사업을 계기로 개성과 해주지역에 50만평 규모의 삼성공단 조성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함에 따라 국내 대북사업이 현대의 독주에서 현대와 삼성의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이훈기자LH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