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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정책 이대로 좋은가] (하) 규제는 이제 그만
입력2005.05.29 18:22:26
수정
2005.05.29 18:22:26
규제중심정책 '대수술' 필요<BR>선발 사업자 지나친 '발목잡기' 부작용 속출 <BR>"규제완화하고 시장기능 활성화" 목소리 높아
| ‘유효경쟁’은 통신업체들이 차세대 정보기술(IT) 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시제품 시연회에서 진대제(오른쪽 세번째) 정통부 장관이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세계 최초의 와이브로 시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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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민영화된 지도 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자율적인 결정에 따라 시장 전략이나 요금정책을 짤 수 있는 형편이 못됩니다. 정보통신부가 KT의 거대한 인프라와 자본을 IT 정책 추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도 KT를 갖가지 규제로 묶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통신업체 전직 임원 A씨는 현재의 통신시장과 정부정책의 함수관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통부는 통신시장에서 후발 사업자가 생존할 수 있도록 선발 사업자만을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이른바 ‘유효경쟁 원리’를 금과옥조로 내세운다. 정통부는 이 같은 유효경쟁을 위해 통신서비스 업체들을 늘 통제한다.
◇유비쿼터스 강국과 유효경쟁=CDMA와 초고속인터넷 신화에 도취된 정통부는 WCDMAㆍ휴대인터넷ㆍ광대역통합망ㆍDMB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투자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고 있다. 물론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코리아(u-코리아)’라는 정책 목표가 수립된 이상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이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
10여년 가까이 정통부의 핵심 정책목표였던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은 자연스럽게 u-코리아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시장을 독점하는 지배적 사업자를 강력히 규제함으로써 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u-코리아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업체간 경쟁력이 ‘시장’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다 보니 통신업체들은 정통부 눈치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다 보니 통신업체의 대관(對官) 부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부서로 인식될 정도다.
공정위와 정통부는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있었지만 KT 등의 담합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지만 모든 통신업체들이 코웃음을 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유효경쟁은 유효해도 규제는 줄여야=유효경쟁이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아직까지 통신산업에서 어느 정도의 유효경쟁이 필요하다는 데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어느 나라에서라도 통신산업은 독점 사업자로 출발한다. 통신망 구축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보니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초기에는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데다 주파수 자원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
지나치게 유효경쟁만을 강조하다 보니 시장원리를 아예 무시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마땅히 퇴출되어야 할 부실 사업자를 억지로 살린다는 논란이 수시로 벌어진다. 말이 ‘유효경쟁’이지 반(反)시장적인 성격이 짙다.
통신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도 마찬가지다. 차세대 산업에 대한 정통부의 사업권 인허가와 투자 드라이브는 효율적 자원배분이라는 장점도 갖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는 불필요한 과잉투자인 경우도 적지 않다.
통신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권을 허가해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시장을 분석해 신규사업 및 투자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통부는 시장의 룰만 정하고 이를 감독하는 쪽으로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 규제기관 일원화 목소리도 높아=KT 과징금 사건을 계기로 통신업체들의 부당 경쟁행위에 대한 제재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신위원회가 통신업계의 경쟁을 감시하는 규제기관이나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은 명백한 공정위 소관이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이 담합 사실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에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통부와 KT가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는 공정위가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전혀 감안해주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통신산업의 특수한 환경을 감안해 대부분 규제기관을 일원화하거나 최소한 규제기관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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