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운용개선 시급한 국민연금(사설)

노사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노총과 경총이 공동으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제도개선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오는 2030년대가 되면 기금이 완전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는 벌써 오래전부터 예측돼 새삼스러운 이슈가 아니다.이번에 노사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이를 문제 삼은 것은 연금운용을 개선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 88년부터 시행된 국민연금이 시행 10년도 채 안돼 뒤틀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월소득의 6%(사업자 2%·개인 2%·퇴직전환금 2%)를 내게 돼 있다. 내년부터는 9%로 인상된다. 지난 5월말 현재 조성된 연금은 27조8천2백86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3조9천5백64억원이 지출돼 23조8천7백22억원이 적립돼 있다. 현 연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연금 가운데 공공부문 명목으로 67.4%가 정부재정의 차입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부문은 29.4%로 예금 및 주식 등에 투자돼 있다. 복지부문 투자는 3.2%에 불과하다. 정부의 재정차입으로 들어가 있는 공공부문은 연간 수익률이 10.3%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부문 수익률 11.9%보다 낮다. 국민연금이 전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마련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는 손쉬운 방편이 돼버린 셈이다. 금융부문 투자도 중소기업회사채 구입·지역별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돼 있어 수익성보다 공공부문이 강조되는 모순을 빚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방만한 운용은 결국 연금 고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현재 60세부터 지급하게 돼있는 연령을 65세로 높이자는 것과 부담률을 최소한 18%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총과 경총은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절대반대 방침을 굳혔다. 노사 양측은 현재 국민연금의 무제한적 정부차입을 강제하는 공공자금 관리기금법 제5조의 삭제를 들고 나왔다. 또 공공부문 예탁 수익률의 인상과 노사정 대표에 의한 기금 공동운용도 주장했다. 노사 양측은 이같은 제안이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범국민적인 거부 운동도 서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국민연금은 선진국에서도 적자다. 우리보다 부담률이 높은 나라도 있다. 재정을 뒷받침할 일하는 젊은이는 줄어들고 노인계층이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그렇지만 선진각국은 우리처럼 국가에서 연금을 막무가내로 차입해 가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복지사회의 첫 걸음이다. 정부도 어렵고 노사 양측이 주장하는 바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지금처럼 방만한 운용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회복불능 상태가 오기전에 올바른 처방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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