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진단] 정부-연구기관 '극과 극'

정부는 우리경제가 건강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직 과열이나 물가불안을 우려할만한 단계가 아니라고 보는 반면 연구기관들은 물가상승을 우려한 금리인상등 「선제적 경기·물가대책」을 주장하고 있다.정부의 일관된 「과열이 아니다」라는 경기 판단은 내년 4월 총선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경기확장정책을 밀고나가야 하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입지가 반영되어 있다는 의구심도 자아내고 있다. ◇경기, 과열인가 아닌가=한국개발연구원(KDI)은 투신, 대우문제등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문제가 남아 있고 최근의 급속한 경기상승을 고려할 때 내년 이후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선제적 물가대책」을 주문했다. 28일 통계청 자료에서도 급속한 경기상승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도소매판매, 내수용 소비재출하등 소비측면에서의 지수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기계류 수입액, 설비투자, 국내기계수주등의 측면에서도 확장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은 과연 최근 국내 경기의 급속한 상승이 디플레이션 갭(총공급-총수요)을 뛰어넘는 총수요를 창출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아직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설비투자, 건설투자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세가 급속하게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절대수준은 97년9월대비 설비투자는 87.0, 건설수주는 62.7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현 시점에서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역시 9월중 94.4를 기록, 아직은 국내경기가 그동안의 상승추세선에 밑도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권오봉(權五俸)산업동향과장은 『순환변동치가 94.4를 기록했다는 것은 최근 국내경기의 상승세가 과거 약 10년동안의 상승추세선에 5.6포인트 만큼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이를 일종의 디플레이션 갭으로 볼 수도 있어 아직은 과열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생산부문의 평균가동률도 9월중 79.1%로 경험적인 균형가동률 80%에 못미치고 있어 과열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통계청 해석이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시각은 다르다. 97년도와 현 수준을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이다. 오히려 최근의 급속한 경기상승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KDI 홍기석(洪基錫)박사는 『97년과 현수준을 평면적으로 비교하기 보다는 현 상승국면의 기울기(가파르기)를 비교해야 한다』며 『3/4분기 성장률이 10%를 넘는다는 것은 우리의 잠재성장률 7% 수준을 고려할 때 과열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설비투자가 97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50%에 육박하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생산과 소비, 재고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洪박사는 『물가가 실제 오르기 시작한 뒤 물가대책을 세우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선제적 물가대책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금리 올려야 하나=통계청의 해석에 따르면 아직 우리경제가 건강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과열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 과열경기를 식힐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즉 설비투자나 건설수주액이 아직 97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고 디플레이션 갭도 일정부분 벌어져 있는 마당에 금리를 올려 경기를 식힐 단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KDI는 현재 정부의 저금리정책이 경제의 실상을 반영한 수준이 아니고 정책적인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경기과열을 더욱 부추기고 물가불안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DI 洪박사는 『지난해 지나치게 저금리 체제를 유지해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오히려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며 금리인상등 선제적 물가대책을 강조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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