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언제까지 위험에 방치할 것인가.” 지난 16일 중국 간쑤(甘肅)성 칭양(慶陽)시의 한 농촌에서 유치원 통학버스 교통 사고로 어린이 18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중국에서 더는 어린이 통학버스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 통학버스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만연한 승차 인원 초과다. 특히 학교나 유치원, 학부모 모두 돈이 없는 시골 지역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전날 사고 유치원 버스도 원래는 9인승에 불과한데 아이들을 많이 태우려고 운전석을 뺀 나머지 자리를 모두 걷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버스에는 3∼6세 어린이가 무려 62명이나 탔다. 사고로 함께 숨진 운전사와 교사를 포함하면 탑승 정원 9명의 7배가 넘는 64명이 타고 있던 것이다. 이번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어린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도시로 돈을 벌러 떠난 농민공들의 자녀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통학 버스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란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중국 후난(湖南)성의 한 농촌 마을에서 어린이들을 가득 채운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가 하천으로 굴러 떨어져 1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기도 했다. 중국 매체들도 칭양시 통학버스 참사를 “핏빛 통학버스의 비극”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매체들은 어린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서는 결국 국가의 교육 재정 확충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적지 않은 누리꾼들은 어린이들이 위태로운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는 동안 공무원들은 고급 수입 관용차를 사 몰고 다니는 데 거액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청년보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작년 중국이 관용차 구입에 쓴 예산만 800억위안(약 1조4,39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들끓는 대중 여론을 의식해 중국 교육부는 전날 사고 직후 전국 교육 당국에 통학버스 운영 실태에 파악에 나서 초과 승차 등 불법 운영을 중단시키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또 지방 교육 당국이 재정이 열악한 학교와 유치원에 안전한 통학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중앙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위험천만한 중국의 통학버스는 잠시 자취를 감출 뿐 곧 다시 출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뉴스부 (사진 ; 구조요원들이 16일 사고 통학버스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유치원 통학버스와 트럭이 정면충돌해 3~6세 어린이 18명 등 모두 2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이 조그마한 통학버스에 모두 62명의 아이들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