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반칙 없는 사회

학력 위조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잠깐의 일이려니 했지만 지금은 각계각층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속출하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한 사람의 그릇된 욕심에서 비롯된 일로 치부하기에는 이 사건들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자못 커보인다. 미성숙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 학벌 사회의 병폐, 낮은 도덕 수준 등을 골고루 드러내는 복합 질환으로 느껴진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정치 영역에서도 학력 위조의 대가는 가혹하다. 허위사실공표죄라는 죄목으로 그 사람이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한다. 17대 국회에서도 평생을 빈민운동에 헌신한 사람이 주목을 받으며 당선됐지만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잃은 것은 물론 구속까지 된 일이 있다. 지방의회나 자치단체장들까지 포함하면 비일비재한 일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위조 학력을 이용해 어떤 영역에서 입지를 구축했다면 분명한 반칙이다. 정당한 경쟁이 아니라 거짓말로 만들어낸 성과를 내세웠다면 선의의 행적조차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중대한 결격사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력 위조를 대하는 방식이 성공을 위한 정당한 열망까지 깎아내리는 방식이라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올바른 경쟁의식과 성취 열망은 한 사회의 자산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수십년 전의 절대 빈곤 상태에서 짧은 시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오히려 감퇴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성도 없다. 보통 사람들이 가진 성공의 열망, 경쟁의식이 자유롭되 공정하게 발산되게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회 구조와 계층 이동의 통로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회가 많아지고 통로가 다양해지려면 무엇보다도 다원화되고 개방화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이는 학력이나 학벌이 아니라 전문적 능력이나 실력에 의해 공정한 평가를 받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 이런 다양한 기회와 통로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학력 부풀리기’ 같은 반칙으로 무임승차하려는 시도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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