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세금 낮춰 기름값 잡기' 뜻밖 카드… 시행 빨라질수도

[李대통령 신년 좌담회] 경제 분야<br>정유사 미온적 대응 비판… 스스로 값 내릴지도 주목<br>"무상복지 감당 못한다… 청년일자리 많이 만들것"

이명박 대통령이 설 연휴 하루 전인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통령과 패널인 한수진 SBS 앵커,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왕태석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년 좌담회에서 밝힌 경제 분야의 핵심은 역시 유류세 인하 검토다. 이 대통령의 유류세 발언은 최근 정부가 밝혀온 기조와 비교하면 다소 뜻밖이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유류세 인하라는 말 자체를 금기시해왔다. 유류세를 낮출 경우 효과 자체가 불투명한데다 나라 곳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기름 값이 급등했던 지난 2008년 수준으로 유류세를 낮출 경우 2조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현재 휘발유 1리터 가격에서 유류세의 비중은 51.6%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날 비록 '전제 조건'을 깔기는 했지만 세금을 낮출 수 있음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함에 따라 국제 유가가 조금만 더 오르더라도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2008년 국제유가가 140달러까지 올라갔을 때 유류세 인하를 시행했는데 지금 100달러까지 갔다"며 "국제유가 추세를 봐서 유류세 인하 등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당장 인하하겠다는 게 아니라 유가 추이를 보고 하겠다는 입장에서 재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고 말했지만 대통령이 발언에 당혹스러운 빛이 역력하다. 전제 조건을 달았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은 '인하 검토' 자체만 바라보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안팎에서는 설 연휴 직후까지도 기름값의 상승 곡선이 그려질 경우 유류세 인하 카드를 예상보다 조기에 꺼내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기름값을 얘기하면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이 정유사들의 자발적인 인하다. 이 대통령은 정유사들이 가격 조사지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 "정말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척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회사들의 미지근한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정유 업체들은 어떤 식으로든 추가적이면서도 '티가 나는' 인하 조치를 조기에 꺼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복지 논란에 대해서는 '감당 못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확고했다. 이 대통령은 "부자 복지는 시기상조고 서민복지에 초점을 맞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트위터 질문으로 올라온 청년 일자리에 대해 이 대통령은 "올해 졸업하는 학생들은 지난 2~3년 사이 가장 취업률이 좋을 것"이라며 "구직자의 기능공 유입이 이뤄지고 지나친 대학진학률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제역에 대해서는 초동 대응이 미숙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구제역 대응 매뉴얼 자체를 살처분에서 백신 투입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백신을 놓으면 살처분이 99% 해결된다"면서 "대한민국에서도 백신을 생산하자"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중 국회 비준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 정권이 한미 FTA는 참 잘했다"며 "추가 협상 등은 좀 더 넓은 포괄적인 한미 관계에서 이해하고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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