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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송유관' 석유시장 최대변수로
입력2006.08.10 18:04:58
수정
2006.08.10 18:04:58
美서만 2002년부터 올 6월까지 누수사고 593건<br> 러 · 중앙亞등 송유관 대부분 낡아 보수 필요한데도 유가 예축 불허로 안정적인 인프라 투자 어려워
| BP는 미 알래스카 송유관 부식으로 원유유출이 발생하자 지난 7일부터 원유 수송을 중단하고 긴급 송유관 교체작업을 진행중이다./데드호스=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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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송유관 문제가 국제 원유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최근 국제 원유가격 상승에 불을 붙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알래스카 송유관 파손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USA투데이가 미국 연방송유관안전공사(FOPS)의 자료를 인용 보도한데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올 6월까지 미국내에서 무려 593건이나 크고 작은 송유관 사고가 발생했다. BP와 같은 송유관 내부 부식이 60건을 차지했으며 이로 인해 누출된 석유만 모두 6만9,000배럴, 금액으로 810만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석유업체들이 고유가를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송유관 관리는 등한시 하고 있다. BP만 해도 2ㆍ4분기에 순이익 73억달러로 최고의 실적을 올렸지만 사용연한이 25년인 송유관을 29년째 사용하다 사고를 유발했다. 미 투자업체 오펜하이머의 석유 애널리스트인 파델 가이트는 “유가의 등락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석유업체가 안정적으로 인프라에 투자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해석했다.
그나마 미국의 경우는 나은 형편이다. 정정혼란으로 시설 관리가 미흡한 러시아ㆍ중앙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들의 송유관 노후화는 더 심각하다. 매트 브리자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내 송유관 낙후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다만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전략연구소(PFC) 관계자는 “러시아 송유관과 가스관이 모두 낙후돼 전면적인 보수와 교체가 필요하다”며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러시아간 노선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경우 송유관 용량이 하루 20만배럴에 이르지만 유가 급등과 생산 확대로 수송량이 늘면서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인프라의 낙후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IEA는 향후 15~20년 석유 등 에너지 수요가 지금보다 50%이상 늘어날 것을 전제한 상태에서 필요한 전력 및 석유ㆍ천연가스 수송망을 복구ㆍ개선하는 데 모두 17조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자원위원회의 찰스 클루센 알래스카 담당 국장은 “인프라 투자와 관리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고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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