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확인된 청문회 한계(사설)

전국민적인 관심속에 열린 국회국정조사특위의 한보청문회는 예상했던 대로 첫날에 이어 둘쨋날에도 실망과 분노만 안겨 주었다. 첫날 청문회는 반성의 빛이라곤 추호도 찾아 볼 수 없는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거짓 증언에 농락당하더니 8일의 둘쨋날 청문회는 『책임자가 아니니 잘 모르겠다』는 책임회피식 증언의 연속이었다.이번 청문회가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무용론을 들고 나올 정도로 실망했을까. 일부 언론기관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정씨의 진술은 95%가 믿을 수 없으며, 오히려 정씨에게 변명의 기회만 제공한 셈(76%)이 됐으니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한 감정의 발로였을 것이다. 국회의 청문회는 지난 88년 5공청산 당시 경험한 것처럼 청문회에 임하는 여야 의원들이 중요한 국정조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5공청문회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던 것은 바로 이같은 사명감 결여에다 여야의원들이 상대방 흠집내기로 나가는 바람에 결국 실패한 청문회가 됐던 것이다. 이번 한보청문회의 「몸체」는 첫날의 정태수씨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김현철씨다. 사실 이 두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증인들은 모두 「깃털」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때 이번 청문회의 클라이맥스는 이제 김현철씨 한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지는데 야당특위위원들의 창과 여당측의 방패논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맞선다면 청문회의 결과는 보나마나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는 이제 시작에 불과 하지만 첫날·둘쨋날 여야특위위원들의 자당감싸기와 상대방 흠집내기를 지켜보면서 회의론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보비리의 실체를 보다 확실하게 규명, 역사에 기록되는 청문회가 아니라 또 하나의 실패한 청문회가 되리라는 것을. 결국 한보비리의 규명은 또 다시 검찰의 재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는데 이미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당한 검찰이 재수사에서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본지는 이미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 오래전부터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창한 바 있거니와 이번에 또 다시 특검제도입을 강력히 주장한다. 중립적이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의 수사만이 건국이래 최대의혹인 한보비리를 파헤칠 수 있으며 이는 곧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한보신드롬에 울고 웃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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