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순익내고 보자'…적립비율 낮추기도일반은행의 1·4분기 가결산 결과가 20일까지 금감원에 보고됐지만 기준이 모호해 은행들이 편의대로 충당금적립액을 조정, 이익을 부풀리는 등 결산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1·4분기 실적이 공식 결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통정리가 필요한 결산쟁점과 관련,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충당금 따라 순익 1,000억원 왔다 갔다=이번 결산에서 은행의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신탁계정의 유가증권 평가 충당금이다. 지난해까지는 충당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철저히 평가해 쌓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그러나 경과규정을 둬 상반기 말 결산부터 제대로 반영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번 1·4분기 결산시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금감원도 뒷짐을 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 문의했더니 『3월 말 결산은 가결산이기 때문에 지침을 내릴 수 없다』는 회신이 돌아왔다. 한마디로 「노 코멘트」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신탁계정 충당금 규모가 만만치 않다. 국민은행의 경우 상반기 말까지 적립해야 할 금액이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비교적 이익기반이 건실한 국민은행은 이중 절반을 3월 말 결산시 적립하는 것으로 했다. 다른 대형 시중은행들도 상반기 말까지 적립해야 할 신탁계정 유가증권평가 충당금이 작게는 500억~600억원, 많게는 2,000억원이 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중 국민은행 수준 안팎의 충당금을 쌓은 곳은 주택·신한은행 정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다. 일부는 1·4분기에 일단 순익을 내고 보자는 속셈으로 적립비율을 대폭 낮춘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순익 1,000억원이 왔다 갔다 한다.
◇구조조정 앞두고 이익 부풀리기=2차 구조조정이 예견되는 만큼 은행들은 경영상태가 호전됐음을 안팎에 알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지난해 엄청난 적자를 낸 상당수 은행들은 더욱 부담이 크다. 그래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활용해 이익을 부풀리려 하고 있다. 일례로 워크아웃기업 채무 재조정 내역이 그렇다. 금리를 낮춰주고 여신 만기를 늘려준 채무재조정 대상기업들의 경우 그 내역만큼 대출자산을 현가화해서 이를 충당금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할인률 등을 산정할 때 은행마다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은행들간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 고합·우방 등 대표적인 채무재조정 대상 기업들과 사적화의를 앞둔 주택공제조합 등이 논란의 대상으로 꼽힌다.
◇상반기 말 결산은 크게 달라질 수도=6월 말 반기결산을 제대로 하게 되면 은행들의 올해 경영개선도가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4분기 수지구조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래서 일부 시중은행 결산담당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오히려 1·4분기에 보수적으로 결산하는 편이 연간 이익관리에 유리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아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칫 주주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으며 대외적인 공신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4/20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