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평론가 권정현
최근 한 게임회사가 `3일 밤을 지새웠다`라는 튀는 문구를 동원, 설문조사를 벌였다. 날밤 새워가며 얻은 아이템이 서비스 회사의 소유인가, 게이머의 소유인가를 묻는 설문이었다.
조사결과는 일방적이었다. 참여자 가운데 71%가 아이템 소유자는 바로 게이머 자신이라고 답한 것. 이번 조사 하나만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게이머들이 아이템의 소유권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하기에는 충분하다.
실제로 아이템 거래는 게이머들 사이의 토론장에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게이머들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은 `대가`임을 주장하며 아이템 거래에 관한 권리 역시 당연시한다.
아이템 거래 규모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현재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은 3,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한해 온라인게임 시장의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전문적으로 아이템 거래를 알선하는 인터넷 사이트들도 속속 등장,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많은 이용자들의 바람과 달리 정작 게임업체들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용자가 사전에 동의한 이용약관(계정과 아이템의 소유권이 개발사에 있다는 내용의 약관)을 들어 이용지들의 아이템 소유권을 부정한다.
아이템 거래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아이템 거래를 도외시하는 서비스 업체들의 구시대적 약관도 조금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온라인 게임은 패키지 또는 비디오 게임에 비해 이용자들 자체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이용자들은 온라인게임의 즐거움이 바로 자신들에 의해 비롯된다고 확신하며 이러한 믿음은 그곳에서 얻어지는 `모든 이익은 우리의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수만원의 이용료는 자신들이 자유롭게 즐기는 공간을 제공한데 대해 서비스 업체에게 주는 `월세`나 `관리비` 정도의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아이템 거래는 청소년이나 폭력성 등과 관련해 문제의 소지도 있지만 이미 대세가 돼버렸다. 서비스 업체와 관련 부처 등이 아이템 거래와 관련해 게임 이외의 요인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 말고 게임 자체와 게이머에 초점을 맞추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김상용기자 kim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