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연 금융위기인가/김학열 한은 금융경제연수석연구원(기고)

◎골드스타인 지표 활용해보면…최근 일부에서는 우리 경제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경제주체간에 어려움의 실상과 원인을 둘러싸고도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몇 개월째 지속되면서 경제 내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이므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내리고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며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 이상으로 부풀려진 위기의식은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등 부작용이 큰 법이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들의 금융 위기 사례를 토대로 개발된 경제이론에 비추어 우리나라가 과연 위기 상황에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금융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국제적으로는 1994년말에 발생한 멕시코 페소화 위기를 계기로 이미 개도국들의 금융위기 문제가 큰 이슈로 제기되었다. 당시 국제금융시장은 물론 국제금융기구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페소화 위기가 돌발적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에 이의 파급영향이 국제적으로 컸을뿐 아니라 수습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 바 있다. 멕시코 페소화위기를 교훈삼아 학계 및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 중심으로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있어 왔다. 이는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거시경제정책의 조정 등을 통해 이를 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골드스타인박사는 개도국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금융위기 진단지표」의 개발에 힘써 왔다. 골드스타인은 지난 8월말 미국 캔사스시티 연준 주최로 잭슨홀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종전에 발표하였던 자기의 이론을 보완하여 새로운 「금융위기 진단지표」를 발표하였다. 먼저 그는 금융위기를 은행위기와 외환위기로 구분하여 논의를 전개하였다. 여기서 은행위기는 은행 도산, 폐쇄 및 합병 또는 공공부문에 의한 중요 금융기관의 인수가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외환위기는 환율이 크게 절하되고 외환보유액이 대폭 줄어들게 되어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에 대한 매각 압력이 현저히 증대되는 경우라고 정의되고 있다. 다음으로 골드스타인은 실증분석 결과를 기초로 은행위기및 외환위기에 가장 유용한 조기경보지표들을 제시하였다. 은행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는 1.환율의 고평가 2.주가 하락 3.실질생산의 감소 4.수출 감소 5.실질이자율 상승 6.통화승수의 증가 등을 들었다. 또한 외환위기를 미리 알 수 있는 지표로는 1∼4까지는 위와 같고 이밖에 5.은행 위기 6.외환보유액대비 총통화 비율의 상승 등을 제시하였다. 골드스타인은 실증분석에 의해 새로운 지표들이 70∼95년중 전세계에서 발생한 은행 및 외환위기를 80∼1백%까지 정확하게 예측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각 지표가 장기간 지속되어 온 정상적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 급격하게 증가(상승)하거나 감소(하락)하게 되면 경보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하며 종합적으로는 대부분의 지표가 경보 신호를 나타낼 때 위기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스타인 방법에 입각하여 우리나라의 경우를 시산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은행위기 및 통화위기를 망라하여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판단은 금년들어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총통화승수가 증가세를 나타내는 등 일부 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환율이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적정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GDP(국내총생산) 및 수출 등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등 대부분의 지표들이 견실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차이가 있다고 하나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과 거의 같은 착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으며 기업의 투자 조정 등에 따른 수입 감소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경상수지 적자도 현저히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 골드스타인의 지표에 비추어 보더라도 최근의 경제 어려움의 본질은 실물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7월이후 태국에서부터 시작된 동남아 금융위기가 확산된 이른바 전염효과에 더하여 기아사태의 해결 지연에 따른 금융 경색과 시장참가자들의 얼어붙은 시장심리에 있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경제내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일종의 심리적 공황 상태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무엇보다도 어려운 경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정책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한편 기아 사태의 조기 해결, 금융기관 부실채권의 과감한 정리 등을 통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단기간내에 제거하여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 기업 가계 등 여타 경제주체들도 막연히 경제위기라는 헤드라인에 압도되어 시장분위기에 휩싸인 채 초단기적인 시각에서 부화뇌동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심기일전하여 경제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구조조정과 물가안정 기조의 정착을 통해 국제수지 개선에 힘써야 할 때다. □약력 ▲연세대 경제학과 ▲미인디애나대학 경제학석사 ▲한국은행 조사1부 국제수지과장 ▲청와대 경제비서실 파견 ▲한국은행 워싱턴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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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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