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담합행위에 가담했지만 자진신고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체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던 업체들을 사법처리했다. 검찰이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업체를 사법처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윤진원 부장검사)는 1일 합성수지 가격을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공정위가 고발한 대한유화공업과 LG화학ㆍSKㆍ효성 등 4개 회사와 범행을 주도한 각 회사 소속 전ㆍ현직 영업당당 임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담합에 가담했으나 자진신고 등을 사유로 공정위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던 삼성토탈과 호남석유화학 및 이 업체들의 임원 2명에 대해서도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불공정행위의 정도가 중한데도 자진신고 등의 사유로 형사처벌을 안 받게 된다면 거래질서가 매우 불공평해질 수 있어 해당 업체들을 사법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공정위가 전속 고발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담합혐의를 인정해 조사에 협조하면 과징금을 감면해주고 형사고발도 면제해주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ㆍLeniency)’도 유명무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니언시 제도가 힘을 잃게 되면 그나마 있어온 담합업체의 자진신고도 사라질 수 있어 공정위의 담합행위 적발이 더욱 어렵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은 공정위와의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공범들 중 일부가 고발됐다면 다른 공범들에게도 고발 효력이 미친다는 ‘고소고발 불가분의 원칙’ 규정에 따라 ‘전속 고발권 존중’과는 무관하게 수사당국이 고발을 피한 업체들도 공범으로 사법처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은 자진신고 업체들의 신고와 조사 협조가 없었다면 10여년간 은밀하게 이뤄져오던 합성수지 판매가격 담합행위를 적발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 비고발 대상이었던 삼성토탈 등 2개 업체에 대해서는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LG화학ㆍSK 등은 지난 1994년부터 2005년 4월까지 매월 영업팀장 모임에서 고밀도 폴리에틸렌 및 폴리프로필렌 제품 등 합성수지 판매가격을 협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 부당공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2월 이 회사들의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역대 3번째로 많은 1,0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삼성토탈과 호남석유화학을 뺀 업체 5곳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5개 업체 중 공소시효가 임박한 대림산업을 지난달 먼저 기소했다.
검찰은 독점 고발권한이 부여된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았던 2개 업체의 경우 불공정 행위를 주도한데다 담합으로 얻은 이익이 다른 가담업체들보다 많았다고 판단해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