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증시간 동조화 현상이 최근들어 약화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최근 이틀간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국내 증시는 이틀째 내리막길을 걸으며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일 미국 다우 및 나스닥 지수의 강세에 힘입어 강보합으로 출발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공세에 발목이 잡혀 결국 전일보다 9.74포인트(1.62%) 떨어진 588.35포인트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미국 증시 상승에 아랑곳없이 1,280억여원의 매도우위로 나흘째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 국내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별화가 카드채와 북핵 문제 등 국내시장의 고유 리스크가 반영된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따른 우려로 이날 타이완 증시가 급락하는 등 아시아권을 강타한 사스 충격도 한ㆍ미간 차별화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약세장 속에서도 1조원대를 넘어서며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매수차익거래 잔액도 이 같은 차별화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매도공세로 한ㆍ미간 동조화 약화=최근 한ㆍ미 양국 증시간에 나타나는 차이점은 미국의 경우 인텔ㆍAT&T 등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발표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시장에서는 실적발표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는 단기급등 이후 부담을 느끼는 시점에서 실적발표 시즌을 맞은 반면 미국 증시는 상승흐름을 시작하는 시점에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어 동일한 재료에 대한 양 시장의 해석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미국 증시가 오르면 국내시장에서 순매수로 대응하며 양 시장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외국인들이 최근 미국 증시 흐름과 상관없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 일변도의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양 시장간 차별화를 이끌고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전무는 “외국인들은 북핵 문제의 경우 더이상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투자패턴에 큰 영향을 안줄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카드채 문제 등 소비자 금융 부실 문제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조원이 넘는 매수차익거래 잔액도 변수=재차 1조원대를 넘어서며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액도 한ㆍ미간 증시 동조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그동안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1조원대를 넘은 경우는 종합주가지수 800선 이상에서 집중돼왔지만 최근에는 600선대 이하에서도 1조원을 넘어선 경우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시가총액 규모나 시장 강도에 비해 최근 누적된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과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차익거래가 청산되며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질 경우 시장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이 같은 국내 증시의 아킬레스건을 노린 투기적인 외국인 세력들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21ㆍ22일 이틀간 1만3,000계약이 넘는 선물을 집중적으로 내다팔아 시장 베이시스를 압박하며 매수차익거래 잔액의 청산을 유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수차익거래가 청산되며 지수가 급락하는 가운데 투기적인 외국인 세력들은 지수가 하락할수록 이익을 거두는 선물 매도와 콜옵션 매도 전략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가격 메리트 재부각 시점까지 조정 이어질 듯=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부정적인 대응 속에 미국 증시 상승 흐름과의 동조화가 약해진 만큼 국내 증시의 가격메리트가 재부각되는 시점까지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중순이후 반등장에서 개인들은 510~560선에서 집중적인 매수세를 보였고 외국인들도 550선 이하에서는 매도강도를 약화시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고려할 때 지수가 560선에 근접할 경우 다시 가격메리트에 기반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1조원을 넘는 매수차익거래 잔액과 개인의 바통을 이어 받을 매수주체 부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증시 기피현상 등 국내증시의 딜레마를 고려할 때 매수시기를 좀더 늦춰 잡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