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뒷골목] 말로만 만드는 신도시

신도시 추가 건설을 놓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말만 많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시장까지 덩달아 어수선하다.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의 “판교 같이 살기 좋은 신도시를 계속 건설하겠다”는 말이 혀 끝을 떠난 후부터다.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로 벌써부터‘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 초 김한길 여당 소속 국회 건교위원장 개발가능성 발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서울공항 이름도 나오고,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말했던 과천~안양간 그린벨트 지역 이름도 또다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지여건이 좋은 곳을 ‘찍어’주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어디에 투자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은 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한창이다. 추가 신도시 건설이라는 명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수요만 억제할 것이 아니라 공급을 확대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구구단 만큼이나 명확한 사실이다. 정부 말대로 강남에 버금가는 신도시를 만들면‘강남 유일신’만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의 맹목적인 믿음을 깰 수 있을 것이다. 시장 또한 90년대 초 분당ㆍ일산 등 1기 신도시를 건설한 후 주택시장이 한동안 안정되던 것을 지켜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터다. 하지만 동탄에 이어 판교, 이의, 김포, 파주 등 2기 신도시조차 아직 초기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신도시 추가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 이미 지난 2월 정부가‘판교급’개발을 약속한 고양 삼송, 남양주 별내, 양주 옥정지구 등 3곳조차 잔뜩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엔 쌓여있는 숙제가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신도시가 발표되면 부작용은 뻔하다.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문만 나도 땅값부터 오를 것이고, 덩달아 주변지역 집값도 들썩거릴 것이다. 추 장관 말대로 ‘판교 같이 살기 좋은 신도시’가 건설되는 게 아니라 ‘판교 같이 집값을 다락으로 올리는 신도시’가 또 하나 탄생하는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말에 떠밀려 좌충우돌 하기 보다 기본에 충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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