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목판화 거장 김준권 작가 '나무에 새긴 30년' 출간 기자간담

"한국 목판화, 전통 지키고 살릴 가치 있어"

30년동안 제작한 판화 1만장… 오는 10일부터 대규모 회고전

인화 전통 이으며 먹판화 연구

해인사 경판처럼 젖은 상태서 찍어 수묵화 같은 운치·깊이감 보여줘


김준권의 ''산운(山韻)''

"한국 목판화의 경쟁력, 분명 있습니다. 일제시대 이후 우리의 옛 먹(墨)판화가 없어지다시피 했습니다만 그 매력은 꿋꿋하게 지키고 살려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판화계의 거장이자 어느덧 노장이 된 목판화 작가 김준권(58·사진)의 외침이다.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판화로 관심을 돌려 지난 1994년 그로리치화랑 첫 개인전 후 30년을 꾸준히 판화만 파고 찍은 그다. 오는 10일부터 아라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에 앞서 1일 작품집 '나무에 새긴 30년'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일반적인 판화가 유성 안료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김 작가는 수성인 먹을 사용하는 게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다. 이 점을 통해 한국 목판화의 힘을 강조한 그는 "유명한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浮世畵)는 색이 바래고 번지는 것을 흰색으로 조정하는 불투명 수채기법이고 중국의 목판화는 수인(水印) 판화라는 고유명칭으로 불린다"며 "한국은 예부터 판화가 아닌 '인화(印畵)'라 부르는 고유의 전통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발전시켜 투명 수채기법의 먹판화를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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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 즉 찍은 그림이라는 옛말의 전통처럼 그는 밑그림과 판 새기기, 찍기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판화 작업 중 '찍는' 과정을 가장 중시한다. 작가는 "판을 새겨두면 누가 찍어도 똑같은 판화라고들 하지만 먹판화는 화선지와 먹의 농담에 따라 여러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내가 찍어야만 고유의 번짐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하며 "다른 판화는 마른 판에 찍는 방식이지만 나는 옛 해인사 경판을 밤새 이슬을 맞혀 찍었던 것처럼 적절하게 젖은 상태를 숙성시켜 찍는다"고 말했다. 종이도 화선지를 2~3장 배접한 종이를 쓰고 먹과 판의 사용도 남다르다 보니 그의 판화는 전통 수묵화 같은 운치와 깊이감을 보여준다. 검은색 하나를 표현하는 데도 먹의 사용을 달리하는 까닭에 작품 한 점을 찍는 데 많게는 60개 이상의 판을 제작한다. 원래 판화술이 작품의 대량 보급을 위해 개발됐으나 김준권의 판화는 노동력과 공이 곱절 더 든다. 수십개 판으로 수십장을 찍은 뒤 20개 미만의 에디션(版)만 남기니 효율성은 일반 회화보다 낮은 셈. 지난 30여년간 제작한 판화가 총 540종이나 이를 위해 새기고 깎은 판은 1만장이 넘는다. 목판화로 유명한 이철수의 작품이 선(線) 중심이라면 그는 색과 면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1980년대 민중미술에 투신해 전단지 작업에 참여하며 판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89년 일본에서 우키요에를 공부한 뒤 1994년에는 중국 노신미술대 연구원으로 유학하며 목판화를 제대로 공부했다.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기획한 이번 회고전은 1977년 대학시절 유화 자화상을 시작으로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대표작을 고루 엄선해 변천사를 보여준다. 434쪽에 이르는 화집은 750권 한정판으로 기념판화 '소나무'가 1점씩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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