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1년여 만에 1,100원대로 내려앉았다. 원화가치도 주가에 이어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외환당국은 무리한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9원40전 내린 1,194원40전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10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0월1일의 1,187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전일 뉴욕증시 상승세와 달러화 약세 전환 등에 힘입어 전날보다 3원70전 내린 1,200원10전으로 출발해 곧바로 1,200원대를 하향 돌파한 뒤 1,193원90전까지 저점을 낮췄다. 특히 외국인이 이날도 1,20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환율 하락세를 주도했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주가가 하락했지만 외국인들이 주식을 순매수했고 달러 조달 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면서 하락 압력이 지속됐다"며 "역외세력도 달러를 매도해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력한 레벨인 1,200원 붕괴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의 노골적인 시장개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2기 경제팀의 특성상 환율하락을 추세로 보고 환 방어에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1,195선까지 급락하자 당국이 미세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흐름을 돌려놓거나 1,200선을 막기 위한 강력한 매수 개입은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 1,200원 붕괴의 배경과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예상되며 평균 환율은 올해 1,281원에서 내년 1,13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하락세는 최근보다 완만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