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모두가 불안·불만인 은행 고임금 구조, 뜯어고쳐야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지난해 남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다. 시중은행 8곳 가운데 나머지 2곳도 거의 1억원에 다다랐다. 기본적으로 고소득 자체는 누가 뭐랄 게 아니다.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앞장서 기업의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마당 아닌가.


그러나 최근 은행권의 급여 부담 증가는 무수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나 기업 실적 호전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이끌고 나갈 젊은 인재 등용이 늘어나지 않았다. 남자행원들의 평균 급여가 1억원선을 돌파한 것은 고령화 때문이다. 평균 근속연수가 늘어나니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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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법적 정년이 만 58세에서 60세로 늘어나 시중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판이다.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확충에 호응해 신입 행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입으로는 약속하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 고약한 점은 시중은행들의 남녀 행원 간 임금격차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은행권 임금 문제는 우리 경제가 봉착한 한계구조의 축소판 격이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경제활동인구 감소를 눈앞에 둔 우리 경제의 선택은 여성 취업 확대와 청년 일자리 확충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일자리 지키기도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다. 정작 은행의 40~50대 남자 직원들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떨고 있다.

모두가 불안한 현실을 타개하는 길은 서로 나누는 것 외에 없다. 청년 취업과 여성 인력 활용을 늘리고 정년도 보장하려면 임금피크제나 일자리 나누기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정이 좋은 은행권이 실험에 실패한다면 우리나라 산업군 중에서 새로운 대안을 강구하고 실행할 곳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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