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뒤 1시간 10분 뒤 정부의 공식 성명이 나오자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외교ㆍ통일부 기자실이 잠시 술렁였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곧바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 발표를 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발표한 정부 공식 성명에는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한 ‘실망’ ‘심각한 우려 표명’과 함께 ‘관련국들과의 협의하에 구체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비교적 강도가 떨어지는 대응 방안만이 담겨 있었다. 곧 이어진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남북관계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비교적 담담한 대응 방안이 발표됐다.
미국ㆍ일본과 힘을 합쳐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718호 제재 외에 새로운 대북 제재안까지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과는 다른 이 같은 태도에 기자들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정부 고위 당국자의 언급에 따르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상황에서 곧바로 PSI 전면 참여 여부를 발표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내부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PSI에 대해서는 당장 결정하기보다는 며칠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산인 듯하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자칫 실리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수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로켓 발사 이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강공책을 그동안 왜 공공연하게 드러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PSI 참여 가능성 발표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그동안 강조한 신중하면서 의연한 대응책과 다른 맥락이었다는 점에서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일각에서는 PSI 참여 검토 발표는 북한 로켓 발사를 앞두고 뾰족한 사전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던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의욕 과잉에서 빚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PSI 참여의 경우 버락 오바마 미국 신행정부와의 대북 정책 보조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핵무기 등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등을 자신의 영해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PSI는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행정부 내 신보수주의(네오콘)를 의식해 북한과 이란 등 일부 국가를 겨냥해 고안한 강경 대외정책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 정권의 유산인 PSI를 손질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PSI 참여 카드를 놓고 대북 압박에 나설 경우 자칫 역으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ㆍ남한은 배제하고 미국과만 대화한다)’ 전략에 휘말릴 수도 있다. 적절한 시점에 PSI를 포함한 강경 채찍을 동원할 필요성은 크지만 그 시기와 발표 시점은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