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상황에서 계열사 간 부적절한 자금거래가 이뤄졌어도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합의6부(부장 박형남)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세이브존그룹 회장 용모(4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용 회장은 이랜드그룹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던 중 담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상장회사인 ㈜세이브존아이엔씨가 다른 계열사인 ㈜아이세이브존에 주식취득자금 40억원을 대여하고 세이브존아이엔씨의 대주주인 ㈜세이브존이 150억원 상당의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세이브존아이엔씨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우량한 재무구조를 가진 계열사와 그렇지 못한 계열사 간의 자금거래는 불공정하고 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이 같은 행위가 계열사가 상생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되고 장기적으로 개별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도 형식적 논리에 입각해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실질적인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용 회장에게 배임 의사도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기업경영을 위해서는 장시간에 걸쳐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고 거래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그 하나하나의 행위를 따로 떼어 손익을 따지는 경우 법의 잣대에 의해 처벌 받지 않을 기업가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업경영의 특수성과 장기적인 관점을 고려해 임무 위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