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한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파격적인 장관인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재정위기 해결을 진두지휘할 수장 격인 재무장관에 좌파 성향의 인물을 발탁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사마라스 총리가 그리스 최대 상업은행인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NBG) 회장인 바실리스 라파노스(사진)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라파노스 신임 재무장관은 지난 1967~1974년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군사정권에 폭탄공격을 가해 4년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 인생의 멘토로 그리스 좌파진영 지도자였던 이코노미스트 사키스 카라지오르게스를 만나 국가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눈을 떴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그는 "감옥은 또 다른 학교였다"며 "많은 책을 읽었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운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FT는 "사마라스 총리가 놀랄 만한 일을 했다"며 "라파노스의 기용이 파격적인 것은 그가 공직에 몸 담은 적이 없는데다 과거 군사정권하에서 투옥된 적이 있는 좌파 성향의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파격적인 인사이기는 하나 라파노스의 장관직 수행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식으로 공직에 몸담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미 그리스 공공재무 분야에서 30년간 일을 해왔고 캐나다에서 재정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재무통'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 유럽연합(EU) 통화회의에서 그리스 협상단 대표 직무를 맡으며 정부 일에 관여했다. 재무장관 자문역으로 활동하던 당시 경제성장률이 4% 이상을 유지하고 세수가 꾸준히 증대되는 등 개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09년 그는 정부가 지명하는 NBG 회장직에 올랐으며 그리스은행연합회장을 지냈다.
FT는 "22일로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로존으로부터 어떤 협조를 이끌어낼지가 새 장관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수장으로서 국제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라파노스 장관은 물론 사마라스 총리에게도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