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20대 총선을 앞둔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은 내년 총선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재선을 위해서는 힘겨운 당내외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만큼 일찍부터 전장인 지역구 선점에 나서고 있다.
◇'공천경쟁 유리' 당협·지역위원장 선점=지역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약한 비례 의원들은 당협위원장(새누리당), 지역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자리를 차지해 약한 기반을 보충해나가는 것이 상수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이들이 이 자리를 꿰차기는 쉽지 않다. 새누리당에서 당협위원장을 확보한 비례 의원은 27명 중 8명, 새정연에서는 21명 중 4명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정록(서울 강서갑), 민병주(대전 유성), 양창영(서울 영등포을), 이상일(경기 용인을), 이재영(서울 강동을), 조명철(인천 계양을), 주영순(전남 무안·신안), 박창식(경기 구리) 의원 등 8명이 당협위원장을 차지하며 공천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인 민병주 의원은 지난해 대전 유성 당협위원장 경선에서 선출된 뒤 1년째 지역 바닥을 다지고 있다. 분구 가능성이 있는 곳이지만 만약 분구가 되지 않으면 야당 중진인 이상민 새정연 의원과 맞붙어야 한다.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인 이재영 의원은 "1년 넘게 지역구를 돌면서 1만명 이상을 만났다"며 "여야가 번갈아가며 당선된 곳이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지'인 전남 무안·신안에서 뛰고 있는 주영순 의원은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크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새정연에서는 김기준(서울 양천갑), 백군기(경기 용인갑), 진성준(서울 강서을), 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 등 총 4명만이 지역위원장을 차지했다. 경기 성남중원에서 재선을 준비하고 있는 은수미 의원이 지난해 11월 지역위원장 경선 패배에 이어 4·29 재보궐선거에서도 현 지역위원장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 비례 의원들의 내부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강서을에서는 당 전략기획위원장 등 요직을 지낸 진성준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아 현역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과 경쟁 중이다. 홍의락 의원은 불모지인 대구 북구을에서 김부겸 전 의원(대구 수성갑)과 지지율 '쌍끌이'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출마 지역 속속 결정…경쟁 시작=지역구 위원장직을 차지하지 못한 비례 의원들도 속속 지역구를 정하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를 시작한 상태다. 기존 지역구는 경쟁이 치열한 만큼 분구 예상 지역구를 노리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부산 중·동구 출마를 선언했던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분구 가능성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로 방향을 바꿨다. 같은 당 송영근 의원도 분구 가능성에 대비해 고향인 용인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선거 준비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새정연에서는 한정애 의원이 같은 당 비례대표인 진성준 의원이 터를 잡고 있는 서울 강서을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 의원 역시 분구를 노린 선택이다. 한 의원은 "강서을 지역위원장 경선 때도 선전했던 만큼 분구가 되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의 최민희 의원과 경기 용인의 임수경 의원도 각각 분구 가능성을 살피면서 총선 준비에 나서고 있다.
상대 당 의원이 버티는 지역구에서 '정면 대결'을 선언한 의원들도 많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찬열 새정연 의원이 버티고 있는 수원갑에서,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은 유은혜 새정연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일산 동구에서 각각 출사표를 던지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경기 이천에서 무소속의 유승우 의원 자리를 노린다.
새누리당의 강은희 의원은 이한구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된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냈지만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유력 인사들과의 경쟁을 앞두고 있다.
새정연에서는 김현 의원이 세월호 유족 지지를 기대하면서 경기 안산단원갑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동익 의원은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버티는 서울 동작갑에 나설 계획이지만 치열한 당내 경선을 먼저 뚫어야 한다. 진선미 의원은 이부영 당 상임고문으로부터 서울 강동갑 지역구를 이어받았다. 배재정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서 준비 중이다. 배 의원은 "문 대표와 (사상 출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아직 20여명의 비례 의원들은 복수의 지역구를 두고 장고 중이거나 아직 지역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분구 지역인 부산 해운대를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수도권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순옥 새정연 의원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과 한명숙 새정연 의원 등 일부는 내년 총선 출마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