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9 부동산 결산] 1. 주택정책

건설교통부 고위 간부는 『IMF체제로 규제일변도였던 주택정책의 옛패러다임은 폐기됐다』며 『이제 풀만한 것이 거의 없어졌다고 자부한다』며 제도개선으로 숨가쁜 한해를 보낸 소감을 밝혔다.사실 을묘(乙卯)년 한해동안 주택관련 제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주택수요자들의 혼선은 이루 말할 나위가 없었고, 정책담당자조차도 헷갈릴 정도였다. 특히 무주택우선공급제도 폐지는 대상자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시행시기를 연기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올해 정부가 취한 주택정책의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각종 부양책과 규제완화로 바닥권 경기를 탈출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주택경기회복효과는 미미할 뿐 수도권 주택시장에 가수요와 투기만 조장했다는 비판론도 비등하다. 건설교통부가 올 한해 동안 「주택건설 10만가구 추가 건설대책」과 「서민 주거안정대책」등 굵직한 종합대책만 모두 4차례를 단행했다. 크고 작은 제도개선도 50여건에 달한다. 각종 종합대책은 이름만 다를 뿐 주택수요 진작과 주택업체 지원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다름아니다. 수요진작책은 청약관련 규제를 완화 또는 해제하고, 정책자금을 늘려 주택수요자및 주택업체의 자금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었다. 주택관련 규제완화는 청약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이중 주택시장에 가장 큰 파문을 몰고 온 조치는 분양권 전매허용. 지난해 이미 분양권전매를 허용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유명무실하자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계약후 즉시 허용」으로 완화한 것. 이 조치는 경기도 구리시 토평지구 동시분양과 맞물리면서 수도권 주택분양시장을 투기판으로 변질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른바 「떴다방」의 활동이 본격화된 것도 이 때.「당첨은 곧 돈」이란 등식이 팽배해져 모델하우스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고급대형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밤샘줄서기 풍경은 다반사였다. 그런데도 각종 부양책과 청약제도 변경은 지속됐다. 신축및 미양분주택을 구입할 경우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를 감면해줬고, 9조원의 국민주택기금을 시중에 풀었다. 또 민영주택에 이어 국민주택도 재당첨을 허용하는 한편 1가구 다통장제도를 도입했다. 잇단 경기 부양책은 침체된 주택경기를 되살리는 데 일단 주효했다. 1~3월까지 월평균 2만가구를 밑돌던 주택건설실적이 4월부터 2만가구를 넘었고, 지난 10월에는 IMF이전수준인 4만7,980가구에 달하는등 회복세가 뚜렷했다. 주택경기를 나타내는 선행 지표인 미분양아파트도 크게 줄었다. 연초 10만가구에 육박하다 11월중 6만9,000가구로 급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책의 목표인 경기 활성화에는 실패하고 되레 수도권 주택가격의 단기 급등과 분양시장의 과열만 불렀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특히 공급시장을 왜곡시켜 투기성 가수요자가 선호하는 대형주택의 공급을 늘린 반면 정작 갖은 「서민및 중산층 주거안정대책」에도 중소형주택 건설은 되레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 분양시장이 과열될수록 지방은 침체의 골이 깊어만 갔고, 브랜드파워가 밀리는 중소업체들은 설 땅을 잃어버렸다. 이른바 경기및 업체간 양극화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실제로 경기부양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올들어 10월까지 주택건설실적이 25만가구에 그쳐 당초 목표치 50만가구는 커녕 40만가구도 짓지 못해 2~3년뒤 입주물량 부족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이동성(李東晟)주택산업연구원장은 『규제를 풀면서 최소한의 시장질서에 필요한 규정마저 없앤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권구찬기자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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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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