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미술의 저력 보여 백남준 명맥 이어야죠"

세계적 미술관 3곳 초대전 앞둔 중견작가 전광영



“뉴욕 화단에서는 ‘5분 스타’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작가가 등장하고 또 사라지다 보니 시선 집중이 5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 치열한 미술계에서 저는 ‘50년 스타’가 되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중견작가 전광영(64ㆍ사진)이 세계 무대 정벌에 나선다. 누군가에겐 평생을 건 꿈일 세계 정상급 미술관 초청전을 3개씩이나 그가 거머쥐었다. 해외 미술계는 왜 유독 전광영에게 주목하는 것일까. 누렇게 바랜 고서를 이용하고 노동 집약적인 치밀함을 보이는, 한국 특유의 정서와 근성이 밴 탓이다. ◇세계적 미술관 전시 줄이어=경기 용인의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꿈만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의 초대전을 앞두고 내 인생을 모두 건다는 각오로 도전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씨의 작품이 걸릴 3곳-뉴욕 로버트밀러 갤러리(9~10월), 코네티컷 얼드리치 미술관(12월~내년5월), 도쿄 모리미술관(내년 2~3월)이다. 먼저 뉴욕의 로버트밀러 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ㆍ조안 미첼ㆍ장 미쉘 바스키아 등을 배출한 화랑으로 세계 10대 갤러리에 속한다. 전씨는 “3년 전부터 갤러리측이 관심을 보여왔고 지난해에 초청전을 제안했고 이번에 전속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얼드리치 미술관. 구겐하임, 휘트니 미술관과 동급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곳으로 폴 뉴먼 등 세계적인 컬렉터들이 이사회에 속해 있다. 그는 “생존작가만을 소개하는 미술관이라 안젤름 키퍼, 솔 르윗이 전시했던 그 곳에서 내 신작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모리 미술관은 그의 작품만으로 한층을 통째 내준다. 그는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 공간의 1.5배라 어떻게 채울까 걱정”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우려 보다 기대를 표했다. ◇백남준의 명맥을 잇자=고서가 적힌 한지로 감싼 삼각형 조각 수천 개를 붙여 만든 독특한 질감의 추상작품 ‘집합’시리즈가 전광영의 대표작이다. 100호 작품에 삼각조각이 7,000개, 종이를 자르고 감싸고 붙이는 데 2만번의 손길이 가는 집요한 작업과정이 보여주듯, 고집스런 외길을 걸어왔기에 이제 세계가 그를 주목한다. 전씨는 “꾸준한 노력에 참신함도 필요하기에 적어도 2년에 한번씩 새 작품을 내 놓아야 합니다. 로버트밀러에 전시될 ‘블루’시리즈는 ‘바뀐 나’를 보여주는 신작이죠.” 흔들리지 않는 한국적 자각도 그의 저력. 얼드리치 미술관에 전시될 입체작 ‘거대한 두상’은 “묘한 삐딱함이 우리를 비웃고 질타하지만 결국은 처량한 우리의 자화상”이며, 모리 미술관에 선보일 ‘한국의 심장’은 “홧병으로 시커멓게 탄 우리네 가슴”을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긴 무명기를 보내고 해외에서 먼저 빛을 보기 시작한 작가는 그러나 “국내 미술계가 백남준 이후 명맥을 잇지 못하는 바람에 인도와 중국, 일본 미술이 한국을 앞지르려 한다”면서 “갤러리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한국작가의 국제무대 진출을 끌어줘야 한다”고 따끔하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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