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中 '경제위기 해결사' 위상 강화… G2시대 열리나

아세안 투자기금 조성등 보유달러 무기로 리더십 과시<br>G20서 美와 어깨 견줄 초강대국 확고한 입지 굳히기도<br>GDP규모 아직 작고 러·日등 견제로 '美 완전대체'는 힘들듯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을 위해 100억달러의 투자협력기금을 조성하고 150억달러의 대출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금지원 대상국들은 아세안 10개 회원국들이며, 지원기간은 향후 5년간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동남아시아 지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이들 지역에서 중국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이미 인도네시아, 한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과 교역 및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다. 중국이 최근 '위기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크게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동아시아ㆍ그 외 국가로 팀을 나누어 가상'경제 워 게임'을 실시한 결과 최종 승자는 중국으로 나타났다. 이 달 초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이슈중 하나는 이른바 'G2'론이었다. 중국이 이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더불어 세계 질서를 주도해 갈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중국의 패권 도전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중국이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노선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의 위상 변화는 G20이 정상회담으로 첫 격상됐던 지난해 11월 워싱턴 회의에서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런던 G20 정상회의의 최대 수혜자가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등을 주도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번 정상회담이 실질적으로 'G2' 회담이었다고 분석했고, AFP통신은 지구가 워싱턴을 중심으로 회전하던 시대가 지나 새 세상을 맞고 있다고 평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이 지난 워싱턴 회의에서 달라진 위상을 확인한 뒤 수십 년간의 은둔의 베일을 벗고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 중국 언론들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이 미국과 함께 '차이메리카(chimerica)' 반열에 올랐다고 해석했다. 신흥국의 대표 격인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에 대한 반격을 노렸던 영국ㆍ독일ㆍ프랑스 등 유럽연합(EU)의 주요국들은 한껏 움츠러든 상황이다. 이 같은 중국 위상 변화의 주요 원인은 역시 경제력이다.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전체 미국채 발행 잔액의 약 7%에 달한다. 보유 외환은 2008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을 넘어서는 2조 달러 대에 육박한다. 경제 위기로 돈을 풀 여력이 없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다운 여유가 상당한 편이다. 특히 '선진국 중 최악'으로 평가 받는 일본의 위기 국면이 좀 더 연장될 경우 올해 중국 경제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진 주요국들은 런던 회담을 전후해 '중국 모시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중국과 미국은 기존의 전략경제대화와 전략대화를 통합 격상시킨 새 대화채널 출범에 합의해 달라진 위상을 반영했다. 티베트 문제로 중국을 껄끄럽게 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런던 회의 당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숙소로 찾아가 예정에 없던 정상 회담을 열고 티베트가 사실상 중국 영토임을 인정한다는 언급을 내놓았다. 중국과 반대 입장에 섰던 영국 찰스 황태자도 후 주석이 묶고 있는 호텔을 방문, '찰스의 아부(kowtow)'라는 표현을 얻었다. 이 같은 지각 변동은 사실 회담 전부터 확인됐다. 중국은 인민은행 총재와 원자바오 총리,후 주석 등이 잇달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흔들기 발언을 쏟아내며 미국에 대항해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가임을 과시했다. 중국이 달러표시 미 국채 자산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미국도 위안화 절상 압력을 더 이상 제기하지 않고 있다. 향후 역할이 확대될 IMF 내에서도 중국의 발언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IMF 내 미국측 투표권은 16.77%로 중국(3.66%)을 압도한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지는 IMF 위상과 관련, "신흥국들에게 새 역할을 기대하려면 실질적인 부분부터 달라져야 한다"면서 "이제 이 같은 상황이 도래했다"고 전했다. 정상 회담 전 남미를 방문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IMF와 세계은행 총재를 미국과 유럽이 나눠 갖는 형태는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새로운 금융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입지로는 미국의 위상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중국이 금융위기 해법을 위한 실질적인 부담까지 떠안을 수는 없는 상황이며, 중국의 위상 강화에 대해 다른 국가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GDP 규모는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며, 반대로 미국은 전세계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G20에 대해서도 외신들은 중국이 글로벌 안정감을 높일 만한 합의를 이루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행력 있는 계획'까지는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발언권이 커질수록 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 일본 등 기존 강대국들의 반발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 "현재 중국의 입지는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경제적 부상과 비슷해 보이지만 결코 같지는 않다"면서 "일본이 전범처리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반면 중국은 경제적 위상강화와 함께 이 지역에서의 정치적 파워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