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전기차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고성능 배터리 실용화가 관건… "내년께 가능"<br>고유가·탄소규제로 세계적 車메이커들 개발 박차<br>美업체 '400㎞ 주행'전지 개발 불구 실용성 논란<br>보쉬 "2015년엔 전세계 30만~50만대 운행될것"

젠 모터스의 전기자동차


미쓰비시 자동차의 배터리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한 업체가 한번 충전으로 시속 100km의 속도로 400km를 달릴수 있는 자동차용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전문가와 관련업계에 사이에 그 배터리의 실용성 여부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려는 지구촌 차원의 노력이 가속화하면서 전기자동차 개발은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들이 미래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는 충전 배터리의 충전 능력이 약해 주행거리가 짧아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상용화하기 이르다는 난점이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개발된 고성능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전기자동차의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주안공은 미국의 신생 배터리제조업체인 '이스토(EEStor)'사. 이 회사는 지난 1월 리튬이온 배터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배터리에 대해 전기자동차 업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거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 등도 이 회사와 기술 도입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토사에 따르면 이들이 개발한 차세대 대용량 배터리인 '전기에너지 저장장치(EESU)'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저장 밀도가 세배 이상 높아 전기자동차에 장착할 경우 한번 충전으로 시속 128km로 최대 402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토가 개발한 배터리가 실용화될 경우 한번 주유로 500~700km를 가는 가솔린 자동차와 성능면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미국 최대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은 2010년까지 한번 충전으로 64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시보레 볼트'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점을 감안하면 이스토가 개발했다는 배터리는 가히 혁신적이다. 지금까지 전기자동차 상용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배터리였다. 가솔린 자동차만한 속도와 주행거리를 따라잡을 만한 기술력이 아직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앞으로 에너지 저장의 밀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시보레 볼트의 경우 최대 주행거리가 64km에 불과하다 이스토사는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배터리의 충전시간이 최소 10분에서 30~50분까지 걸렸던 데 비해 EESU는 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40~50km를 가다가 30분 정도 충전하는 차량으로는 대중화가 어렵고, 기껏해야 골프장 카트로, 또는 대형 마트의 단거리 수송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전기자동차의 현실이다. 이스토사는 획기적인 배터리를 개발하고도 그 개발과정을 비밀에 부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회사는 협력업체 등에만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간하는 과학저널인 테크놀로지리뷰는 이스토사의 전기배터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EESU는 바륨티타늄파우더(BTP) 소재에 산화알루미늄과 유리로 코팅된 세라믹 물질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재로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든다는 사실 자체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실제로 이스토 사가 배터리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실제 사용시 높은 전압이 산화알루미늄을 파괴하고 배터리의 작동을 멈추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불순물과 오차가 극도로 적은 제작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대량생산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이 쏟아지자, 리처드 위어 이스토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산화알루미늄이 파괴되려면 1미크론당 1,100볼트의 전압이 생성돼야 하는데,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쓰일 EESU에 흐르는 전압은 350볼트 수준이기 때문에 배터리가 정지될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스토 사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캐나다의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젠 모터스의 이언 클리포드 CEO도 "실험 결과 이스토사의 배터리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거들었다. 이스토의 배터리 개발과는 별도로 세계 자동차 업계는 전기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초 미국의 양대 자동차 기업인 GM과 포드가 전기자동차에 관한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협력을 선언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최대의 라이벌로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두 기업이 손을 잡은 것은 미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미래의 자동차 개발에 기술을 공유해 일본등 아시아 자동차메이커에 대응하자는 것. 게다가 지난 1년간 국제유가가 두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가솔린자동차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데다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규제를 실시하는 등 친환경적인 차량에 맞는 제도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세계적인 흐름도 한몫을 했다. 일본과 이스라엘도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설치계획을 속속들이 세우고 있다. 일본은 전기자동차의 본격 상용화에 앞서 인프라를 미리 구성해 두기 위해 주요도시의 슈퍼마켓과 식당, 주차장 등에 충전소를 설치했다. 카를로스 곤 닛산르노 회장은 최근 "기술혁신만이 살 길"이라며 "전기자동차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아이 미브(i-MiEV)'라는 이름의 전기자동차를 개발, 내년부터 일본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 회장에 따르면 아이 미브의 최대 주행거리는 160km에 달하며, 정부 보조금을 고려한 예상 판매가격은 2만7,600달러 정도다. 전기자동차의 최대 장점은 낮은 연료비와 친환경성이다. 전기로만 움직이는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연료비는 10km당 130원 수준으로 일반 가솔린 자동차의 10%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는 2015년쯤에는 전세계적으로 30만~50만 대의 전기 자동차가 운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속도가 빠르고 충전밀도가 높은 배터리가 개발될 경우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는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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