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사냥꾼 무더기 검거

수백억대 어음횡령 4명 구속

코스닥 등록기업을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수백억원대의 기업어음을 횡령해온 속칭 ‘기업사냥꾼’들이 검찰에 무더기 검거됐다. 인천지검 특수부(권성동 부장검사)는 20일 코스닥 등록업체인 휴대전화 메이커 K사를 인수한 뒤 579억원의 어음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K사 회장 정모(50)씨, 대표 김모(46)씨와 건설업체 H사 회장 이모(45)씨, 부회장 김모(42)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K사의 적자규모를 숨기려고 실제 매출보다 73억원(총 매출의 10%)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K사 전 대표 안모(43)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6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와 이씨 등은 지난 3월 H사에서 추진 중이던 일산 탄현지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자금이 부족하자 당시 K사 대표 안씨에게 10억원을 주고 안씨의 지분을 인수한 뒤 K사 명의로 579억원 규모의 약속어음을 발행, 불법으로 아파트 신축사업에 사용한 혐의다. 조사 결과 정씨 등은 발행 어음을 지급기일 내에 결제할 수 없자 어음이 지급제시되면 미리 만들어둔 어음의 가짜 사본과 함께 “금액이 변조돼 유통됐다”며 신고해 지급기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수법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씨 등은 K사의 전 대표 안씨에게 K사 인수대금으로 10억여원을 지급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모두 사채를 끌어다 쓴 뒤 어음으로 충당했다”며 “거의 무일푼으로 K사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2004년 기준 매출액이 770억원(종업원 200명)에 달했던 K사는 휴대전화 생산기업으로 2003년 코스닥에 등록된 뒤 십여 차례에 걸쳐 산자부장관상 등을 수상한 우량기업이었으나 지난 8월 전현직 대표들의 분식회계, 어음횡령 등의 범죄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도가 나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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