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보다는 설득자의 역할을 하겠다.” 121년 역사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손경식 CJ 회장은 박용성 전 회장과의 차별성을 분명하게 밝혔다. 박 전 회장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정부와 재계 등 사회 각계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면 손 신임 회장은 정부와 재계를 연결하는 부드러운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것. 손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대안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정부 및 정치권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등장한 손 회장 체제의 대한상의는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회원사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상의는 전경련과 달리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경제단체였지만 그동안 대기업 위주의 목소리가 컸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중소기업과 지방기업을 위한 서비스와 정책대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손 회장도 이러한 상황변화를 감안해 “상의는 대기업 위주인 전경련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전체 회원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외부적으로는 두산사태, X파일, 에버랜드 CB 등으로 불거진 반기업정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두산사태는 두산그룹뿐만 아니라 상의에도 치명적인 상처가 됐다. 손 회장은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의 도덕성을 갖춘 윤리경영에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질타는 기업의욕을 상실시켜 국민소득 2만달러, 3만달러 시대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범삼성가(家)라는 내외부의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삼성과의 관계와 금산법 등 삼성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CJ는 지난 94년 삼성에서 분리됐다”며 “현안이 되고 있는 금산법은 삼성이란 개별기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만큼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손 회장은 “상의 회장직과 CJ그룹 회장직 모두 수행할 수 있다”며 “전임 회장이 했던 것처럼 상의에 상근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언급, 일각에서 거론된 CJ그룹 명예회장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