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경제 과연 디플레 오나

"수요부진 심하지 않아 가능성 희박" 대세제2차 세계대전 후 자취를 감췄던 전 세계적인 디플레가 부활할 것인가? 일본이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사실상 디플레에 빠진 상태에서 미국ㆍ유럽의 물가상승률도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선진 각국의 경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디플레를 동반한 세계적 경기침체가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 많은 전문가들은 그러나 20세기 전반기에 겪었던 규모의 세계적 디플레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진단한다. 디플레를 초래할 정도의 수요부진과 생산위축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디플레를 막기위한 각국 정부의 확장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되는 사항이다. ◇자산가치 하락ㆍ금융권 부실이 디플레 우려 증폭=일본의 디플레 상태가 개선의 기미를 안보이고 중국의 저가품이 세계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디플레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은 적어도 2003년까지는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9년 이후 몇 차례 디플레 상황을 경험했던 중국은 저가품 수출뿐 아니라 디플레도 함께 수출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세계적 주식시장의 침체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 가능성이 디플레 압력을 높이는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부(副)의 효과`로 가계소비가 위축되어 디플레 압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가계가 축적한 부의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축적된 부가 줄어들게 되면 가계는 소비를 줄이는 성향이 있어, 자산 가치 하락은 소비 감소를 유도하게 된다. 또 한국을 포함한 일부 이머징마켓 국가가 일본식 금융부실 문제를 갖고 있는 점도 일본식 디플레가 이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권 부실이 심화되면 적기 적소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권의 매개(媒介)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결국 기업 투자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초 자산 거품 붕괴 이후 금융권은 거대한 부실 채권을 떠 안게 됐고, 그 결과 소비 위축과 더불어 기업 투자도 급감했다. ◇수요 견실로 디플레 가능성 크지 않아=전문가들은 그러나 현 시점에서 세계적 디플레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2003년까지 세계 주요국의 인플레율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 디플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및 주요 민간 경제연구소도 일본식 디플레가 미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디플레가 나타나는 것은 경제내의 총공급이 총수요를 크게 앞지를 때. 기업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 재고가 누적되면 공급과잉이 초래될 수 있고,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되어 수요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의 상황에서는 디플레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유례없는 장기호황의 뒤끝인 현 시점에서 공급과잉은 존재하나 수요부진은 심각하지 않아 디플레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본을 제외한 주요 경제권에서 기업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가계 소비가 아직 살아 있어 수요부진의 문제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3ㆍ4분기 소비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4.2%로 90년대 수준보다 낮지 않다. 디플레 압력 요인으로 거론되는 경쟁심화와 생산원가 하락으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격하락이 한편으로는 디플레 압력을 증가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실질소득 증가를 통해 수요확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하락이 반드시 디플레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디플레 가능성 낮아도 수요촉진 정책은 유효=많은 전문가들은 그러나 비록 디플레 가능성이 낮더라도 수요확대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뚜렷한 기미가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지나친 확장정책이 가져올 피해보다는 확장정책의 적기를 놓침으로써 발생할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디플레까지는 아니더라도 물가상승률이 0%에 근접해 가고 금리도 수십년 만의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경기 확장 정책의 필요성을 보여 주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감세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이나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지난 6일 연방금리를 0.5% 인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도 곧 이 같은 정책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금융권 부실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지나친 재정적자를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정부가 부실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충고다. 금융 부실이 기업 자금 조달 통로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이 시행상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은 것도 이 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김대환기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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