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남 재건축 투자 가이드] "시세차익보다 실수요 위주 변화…사업계획등 꼼꼼히 따지길"

● 개포주공1단지·가락시영- 사업 일정 상당부분 진행…·<br>저층이라 대지 지분 높지만 추가 분담금은 적지 않을듯<br>● 대치동 은마·잠실주공5단지- 교통·교육환경·한강 조망등…·<br>입지여건 빼어난 장점 불구 조합설립 인가 아직 못받아

사업 속도가 빠른 강남 저층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실거주에 목적을 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포지구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개포주공 1단지 전경.




분당에 사는 자영업자 박모(55)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42㎡형 아파트를 7억8,000만원에 사들였다. 개포지구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더 이상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집을 단기간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낼 생각은 없다. 나중에 자녀들에게 증여할 생각이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강남 요지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한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투자 시장에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대출로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켜 단기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크게 줄어든 대신 실수요를 염두에 둔 매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거래량도 정부의 8ㆍ29 부동산대책을 기점으로 살아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8월 502건이던 것이 9월에는 611건으로 늘었고, 10월에는 801건으로 8월 대비 60%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주요 재건축아파트의 매도 호가가 많게는 5,000만~1억원씩 오르면서 인근 기존 아파트의 거래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몇채씩 아파트를 사들이던 이른바 '큰손' 투자가 줄어들면서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개포동 B공인 관계자는 "최근 투자 문의를 받아보면 분당이나 잠실 등에 보유한 아파트를 팔고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대부분 실거주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서는 편"이라고 전했다. 조미옥 신한PB스타타워센터 팀장 역시 "최근 큰손 투자자들은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투자에 나설 때는 ▦사업단계 ▦추가분담금 규모 ▦개발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업속도 빠른 저층 재건축 단지= 서울 강남권에서 '블루칩'으로 꼽히는 재건축예정단지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개포동 주공1단지 ▦잠실동 주공5단지 ▦가락동 시영 등이 꼽힌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3,000가구 이상 대단지이면서 입지가 뛰어나 재건축 시장의 동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 2003년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나 7년여 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지난 9월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이 공람공고를 마치면서 사업 일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조합측은 지구단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는 대로 정비계획을 확정해 건축심의 및 사업시행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이 아파트 조합의 한 관계자는 "내년 말쯤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관리처분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2년 안에 이주 및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현지 부동산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가락시영 역시 사업 일정이 상당히 진행된 축에 속한다. 지난 2006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08년에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다만 이후 조합과 비대위 간 각종 소송이 이어지며 사업이 지연됐으나 2종일반주거지역인 사업지를 3종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정비구역지정변경'을 추진하며 다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의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건축심의 및 사업시행변경인가를 거쳐 본격적인 이주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종상향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어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아파트는 저층 단지로 구성돼 각 가구별 대지 지분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분담금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꼼꼼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락시영조합이 3종 상향을 추진하면서 다시 추산한 분담금내역에 따르면 시영2차 33㎡형(이하공급면적기준)을 보유한 조합원이 109㎡형의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서는 2억7,110만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현재 33㎡형의 시세가 4억2,00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총 7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가장 작은 36㎡형을 가진 조합원이 109㎡형으로 이전할 경우 대략 3억5,000만~4억원 가량의 추가분담금이 들 것으로 조합측은 잠정 추산하고 있다. 36㎡형의 현재 시세는 7억원 선이다. ◇입지 좋은 중층 재건축 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는 입지여건이 빼어난 것이 장점으로 지목된다. 지하철3호선 대치역과 지하철2ㆍ8호선 잠실역이 각각 인접할 뿐 아니라 교육환경(은마아파트)과 한강 조망(잠실주공5단지)도 우수한 평가를 얻고 있다. 문제는 두 단지 모두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했을 정도로 사업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한강변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시가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때까지는 조합설립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구체적 용적률이나 기부채납비율 등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조합설립동의서를 걷는다면 일명 '깜깜이 동의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송파구청 측의 설명이다. 개발계획이 확정되더라도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75%의 주민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실P공인의 한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추가분담금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현재현재로 모든 것이 미확정 상태"라며 "서울시의 마스터플랜을 기다려 투자에 나서겠다는 수요자가 많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역시 재정비계획안이 확정돼야 조합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강남구는 은마아파트를 ▦1대1재건축하는 방안과 ▦소형의무비율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각각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2월쯤 이 용역이 마무리되면 주민 의견을 최종 취합해 서울시의 승인을 얻을 계획이다. 강남구는 300%의 용적률을 적용 받는 것을 전제로 ▦1대1 재건축을 하면 전용 84㎡형 384가구가 일반분양 되고 ▦소형의무비율을 적용할 경우 전용 51ㆍ84㎡형 450가구가 일반 분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떤 사업방식을 정하더라도 수익성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소형의무비율을 선택하면 랜드마크 건립 등 주택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현지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두 단지 모두 현 단계에서 추가분담금을 추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거래가 일부 살아나며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113㎡형은 10억5,000만~11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은마 101㎡형은 9억3,000만~9억5,000만원 선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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