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ㆍ마스타 카드 등 외국계 카드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외겸용 카드 신규발급이 크게 줄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국계 카드사들이 최근 수수료 인상파문을 일으킨 후 국내 은행들과 일부 전업계 카드사들의 신규카드 발급수량 가운데 국내전용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월 신규 국내카드 발급비율이 35.9%에 불과했지만 올해 3월에는 59.9%까지 치솟았다. 비자와 마스터 카드 등을 취급하는 기업은행은 그동안 국내전용 카드 비중이 높아야 40%대였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규카드 가운데 국내전용 카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외국계를 넘어선 것은 지난 1990년대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며 "로열티 지급으로 쓸데없는 외화낭비를 막기 위해 최근에는 국내전용카드 발급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도 올 1월~3월까지 발급된 신규카드 중 국내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60%로 해외겸용 카드를 크게 앞질렀다. 현대카드에서 국내전용 카드발급 비중이 해외겸용을 넘어선 것은 200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월별 신규 국내전용 카드발급 비율이 0.1%~18.1%였던 우리은행은 올 들어 국내전용 카드 발급비율이 20%를 넘어선 뒤 4월 들어 27일 현재 34%까지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3월 국내전용 카드발급 비중도 52.5%로 전년 동기 대비 16.1%포인트나 늘었다. 업계에서는 은행과 전업계 카드사들의 국내전용 카드의 발급이 늘어나는 것은 외국계 카드사들이 철저히 자사 이익만 추구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2월 비자카드가 국내 회원에게만 해외결제 수수료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국내 소비자만 차별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겸용 카드는 국내에서만 써도 수수료가 지급돼 외화유출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도 잘 알고 있다"며 "외국계 카드사들이 이익만 추구하다 역풍을 맞은 꼴"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판촉도 국내전용카드 발급을 늘린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카드를 새로 만드는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내전용카드를 만들라고 권장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도 쓸데없는 외화지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