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스토마 감염 땐 발병 "위험"<br>민물고기 생식 금물… 흡연도 원인 꼽혀<br>핫도그·소시지 등 가공육 다량섭취 자제<br>위장 뒤쪽 동통 발생·황달 땐 일단 의심을
| 원자력의학원 의료진이 사이버 나이프로 시술하는 모습. 사이버 나이프는 고령이거나 다른 질병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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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膵臟癌ㆍpancreas cancer)은 췌장(이자)에 생긴 악성종양으로 비교적 드문 질병이면서도 예후가 아주 나쁘다. 일단 암으로 판정 받으면 대부분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진단 그 자체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점액분비성 암이나 내분비계통의 암이 그것이다. 보통 췌장암은 조직생체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수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내시경으로 조직검사를 하고, 수술로 종양을 떼어 낼 때도 있다. 특히 췌장 머리부분에 생긴 암이라면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다.
췌장은 우리 몸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위의 뒤쪽, 척추 앞쪽에 위치한다. 췌장은 음식물의 소화에 필요한 효소를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식사 후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넘어올 때 이미 만들어진 효소를 십이지장으로 배출,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이렇게 흡수된 영양분이 피를 타고 돌다가 각각 필요한 장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도 갖고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 남자에게 많이 발생하고 담배를 피우면 잘 걸린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이구동성이다.
담배의 해악성에 대한 논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학 랜들 브랜드 박사가 시카고 ‘암전문의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브랜드 박사는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환자가 1년 내 사망한다면 주원인이 흡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3년~2003년 미국 350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 1만8,346명을 대상으로 흡연경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환자의 평균나이는 73세. 이 중 담배를 피운 흡연자들은 10년 전인 63세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비해 과거 담배를 피웠지만 끊은 사람들은 이보다 늦은 70세에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브랜드 박사는 흡연 경력자의 암 진단시기가 비흡연자보다 더 젊다는 점으로 미뤄 흡연이 암 초기단계에 영향을 미치고, 췌장암의 발병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간디스토마 감염이 간암 뿐만 아니라 췌장암과 연관이 있다는 국내 조사결과도 관심을 끈다. 췌장암에 걸린 54명 중 21명이 간디스토마에 감염돼 있다는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간디스토마가 췌장암이나 간암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민물고기 생식은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핫도그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하와이대학 연구진이 하와이와 로스엔젤레스에서 다양한 혈통의 주민 19만545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췌장암의 상관관계를 7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 40g 이상의 가공육을 다량으로 섭취한 경우에는 소량으로 먹는 사람들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6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루 70g이상 돼지고기 같은 적색육을 먹는 사람도 췌장암에 걸릴 위험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50%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가공육의 경우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면 인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췌장암의 증상은 위 뒤쪽(심와부)에 동통이 발생하는 것이다. 황달이 오는 것도 흔하며 복통과 췌장기능 감소로 음식물의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체중이 감소하면서 전신 쇠약감이나 구토가 발생하기도 한다. 심하면 상복부에서 커다란 종양이 깊숙이 만져진다.
췌장암이 의심되면 복부 초음파를 먼저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종괴가 의심되면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을 실시한다. 가끔 정기검진에서 췌장암과 관련되는 혈청 내 수치가 높아 암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상인도 혈청내 암검사 수치가 높을 때가 많다.
췌장암은 수술을 통해 절제를 하는 이외 방법은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10%만 완치목적의 수술이 가능한데 이렇게 수술을 받은 환자 상당수도 재발이 잦아 결국 전체 환자의 완치비율은 5%에 머물고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사가 개발한 항암제 ‘젬자(성분명 염산젬시타빈)’가 수술 후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대조군에 비해 2배(대조군 7.5개월, 젬자 투여군 14.2개월) 연장했다는 연구결과도 환자들에게는 희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