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유력 정치인 8명 중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인물은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이 전 총리가 2번째다.
지난 2월17일 취임한 이 전 총리는 ‘실세 총리’라 불리며 국정 운영에 열의를 보였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결국 취임 70일 만에 낙마했다.
취임 초 ‘부패척결’을 강조하며 주목을 받았던 그는 역설적으로 성 전 회장과 금품거래 의혹이 있는 리스트 속 정치인 8명의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의혹을 해명하려다 ‘거짓말 논란’까지 떠안으면서 지난달 27일 공식 사퇴했다.
이 전 총리는 사퇴 17일 만인 이날 자신의 낙마를 부른 금품거래 의혹을 놓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5분께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한 이 전 총리는 취재진을 만나 “이번 일로 인해 총리직을 사퇴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검찰에서 소상히, 상세히 제 입장을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3,000만원 수수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를 마치고 필요하면 인터뷰 시간을 갖겠다. 검찰 조사 전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뒤 12층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은 이 전 총리를 상대로 금품거래 의혹 전반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조사는 특별수사팀 소속 주영환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 1명이 맡았다.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에 나섰던 2013년 4월4일 자신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로부터 당시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했고, 쇼핑백에 담아 둔 현금 3,000만원이 독대 장소에서 건네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전 총리는 당시 성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으며 금품을 받았다는 것은 더구나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 전 총리를 상대로 당일의 구체적 동선을 물어보면서 부여 선거사무소에 머문 구체적 시간대가 어떻게 되는지, 성 전 회장을 따로 만난 게 아닌지, 선거자금 회계처리는 투명하게 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측 김민수 비서관이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의 독대’를 증언한 참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여한 적이 없는지를 따져 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참고인 진술과 여러 물증에 비춰 3,000만원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조사 결과가 변수가 되겠지만 이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