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4D 프린팅 기술이 블루오션이다

색 바뀌는 옷·접을 수 있는 車… 2025년 5억弗 규모로 시장 성장

스마트소재·설계 투자해 선점을


자동차가 갑자기 로봇으로 변화하는 '트랜스포머'나 어린이용 장난감 시장의 대표 브랜드가 된 '터닝메카드'를 집이나 가까운 공방에서 제작할 수 있는 날이 가까운 미래에 올 것이다. 4D 프린팅 기술이 나타난 덕분이다. 4D 프린팅이라는 용어는 지난 2013년 스카일러 티비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자가조립연구소 교수가 강연하면서 알려졌다.

4D 프린팅 기술은 3D라는 공간에 시간이라는 또 하나의 차원이 추가된 개념이다. 3차원 구조체가 프린팅 직후의 모습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조립(self-assembly)하며 스스로 변화한다. 변화하는 것은 색깔·모습 등 한 가지일 수도 있고 여럿일 수도 있다. 밤낮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옷이라든지 주차장에 가면 작게 접히는 자동차, 평면으로 출력했지만 나중에 조립되는 테이블 등이 현재 연구되고 있다. 최근 필자도 3D 프린터로 맞춤형 실감 의수 구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온도나 압력 등 특정 조건에 따라 손가락이 접히거나 물건을 집을 수 있는 의수다. 지금까지는 온도·햇빛·물 등 비교적 단순한 요인에 따라 변화하는 재료들이 개발됐으나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 조건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4D 프린팅 기술을 이루는 핵심 요소 기술은 스마트 소재 개발, 변화 과정을 예측할 수 있는 설계 기술, 스마트 소재를 프린트할 수 있는 고기능성 3D 프린터 및 공정기술 등이다. 4D 프린팅 기술은 프린팅된 구조체가 특정 환경에서 변화할 수 있도록 스마트 소재를 이용해야 하고 변화 과정을 세세히 예측해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기존 프린터를 개선한 4D 프린터도 개발돼야 한다.


이 가운데 4D 프린팅의 가장 핵심은 소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온도에 따라 길이나 형상이 변화하는 소재, 빛이나 자외선 에너지에 반응하는 소재, 물이나 액체를 쉽게 흡수하는 소재 등 기능성을 가진 소재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출력물의 형태와 성질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체 친화적 바이오 소재로 기도 부목을 제작해 기도 연화증을 가진 어린 환자에게 삽입한 경우가 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기도도 함께 자라므로 당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녹아 없어지는 자기분해 특성을 가진 소재로 부목 구조를 설계했다. 아이가 자라나는 3년 동안 프린팅된 부목은 정말 녹아 없어지고 기도는 제 기능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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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드마켓은 최근 오는 2019~2025년 시장 예측 보고서에서 4D 프린터 시장 규모가 2019년 6,300만달러에서 2025년 5억5,560달러로 약 9배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북미를 기준으로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4D 프린터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도 매우 다양하게 내다봤다. 항공우주·자동차·의류·건설·국방·헬스케어·공공기술 등 3D 프린터가 활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4D 프린팅 기술이 다양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현재 4D 프린팅을 연구해 가시적 성과를 내놓은 곳은 미국 MIT나 하버드대, 몇몇 3D 프린터 회사 정도밖에 없다. 완전한 블루오션인 셈이다.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핵심 기술과 신소재를 개발하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 될 수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을 생각해보자. 아이폰이 세계인의 삶을 바꾼 것은 그 안에 들어간 기술이 새로웠던 까닭이 아니다. 창의성이 혁신 제품을 만들었다. 3D 프린팅 시장이 폭발하려면 3D 프린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4D 프린팅은 이를 가능하게 할 혁신 기술이 될 수 있다. 국가경쟁력은 지적재산 확보, 창의적 인적 자원, 제품의 혁신성에서 나온다. 대량생산의 시대가 저문 뒤 도래한 소량 맞춤 생산 시대에서 응용 영역이 무한대인 4D 프린팅 기술은 또 다른 아이폰이 될 수 있다.

/문명운 서울경제 객원기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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