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中 '기술빼가기' 갈수록 위험수위

■ 핵심기술 해외유출 사례·파장CDMA·PDP등 주력업종 중심 사냥감 노출 중국 기업들이 우리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빼가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단기간에 첨단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국내 주력업종의 첨단기술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유출된 기술로 만든 중국 제품이 국내 경제에 치명타를 안기는 '부메랑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또 중국업체들은 기술유출에 막대한 화교 자본까지 동원하고 있어 한국 기술 빼가기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 중국 손길, 주력산업까지 미친다 국내 주력 업종이 모두 중국의 기술 빼가기 대상이 되고 있다. 이동통신 분야의 핵심기술인 코드분할접속방식(CDMA) 기술을 얻기 위한 중국 업체들의 접근이 두드러진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Y 사장은 "중국계 펀드들이 CDMA 단말기 제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와 이미 합작법인 설립 원칙에 합의했으며 지분율 등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수출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에도 중국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국내 12개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를 단계적으로 중국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 컨소시엄은 타이완 업체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하이닉스의 D램과 비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이에 앞서 지난 4일 중국계 기업 컨소시엄에 범용 LCD인 STN-LCD와 TN-LCD 사업을 매각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지난달 타이완 캔두사 컨소시엄에 초박막액정화면표시장치(TFT-LCD) 사업부문을 6억5,0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수출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대우차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군산 트럭공장, 부산 버스공장 등 상용차부문을 타이완 최대재벌 포모사 그룹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차의 고위 관계자는 "이종대 회장과 이달 초 방한한 왕융칭(王永慶) 포모사 회장이 우선 실무선에서 검토작업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GM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상용차부문의 중국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세대 디지털 TV의 핵심부품인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도 대상에 포함돼 있다. 오리온전기는 지난달 중국업체와 PDP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합작사는 이르면 내년 초 설립될 예정이며 42인치 패널을 중심으로 PDP TV(벽걸이 TV)도 일부 생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술유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중국에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기업 대부분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유출되는 기술 수준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배고픔을 덜기 위해 '씨나락'을 까먹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은 "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매각은 차입금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전기도 97년 국내최초 42인치 개발 등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대우사태 이후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에 PDP 기술 확보에 나선 중국측과 합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으로 유출된 기술은 앞으로 수년 내 국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은 중국 업체들이 합작을 통해 단말기의 디자인과 하드웨어 제작 능력을 갖추게 될 경우 대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지적재산권의 사각지대인 중국에서 생산된 한국 단말기의 모조품이 대규모로 유통되면 '메인드 인 코리아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신뢰까지 잃을 공산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단말기 업체인 T사 관계자는 "중국 내 제조업체들이 독자 개발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국내 단말기 회사들은 여러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 상용차의 매각은 중국이 자체 완성승용차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이 기술격차를 좁혀 승용차 시장에 진출하면 우리 업계는 더 이상 중소형차를 주력으로 내세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기술 유출의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하이닉스의 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인 삼성전자와 겨우 1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첨단기술로 중국으로 이전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최대 5년 이상 앞당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30개의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경제연구소가 오는 2010년에도 중국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주력산업으로 반도체를 꼽았으나 첨단기술이 이전되면 순식간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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