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3.0 시대라더니…

미사 택지지구내 공장 이전 놓고 부처 갈등… 입주자·근로자만 골탕

"6월부터 입주해야 하는데… 먼지 날리는 곳에 살라고?"

10월부터 공장 철거 예고에 근로자는 직장 잃을까 불안


택지개발지구 내 공장 이전을 둘러싼 정부부처 간 갈등으로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서 애꿎은 입주예정자와 공장 근로자들에게 불똥이 떨어졌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정부 3.0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지난해 8월부터 하남 미사 택지개발지구 내 80여개 공장의 이전을 협의해왔지만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토부는 경기도·하남시·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함께 지구 내 기업이전 대책을 수립하고 지난 2012년 8월 남시 초이동·광암동 일대 21만6,000㎡를 공업 지역 후보지로 선정했다. 보금자리특별법(현재 공공주택 특별법) 24조 2항에 근거한 것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수도권정비심의도 완료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뒤늦게 환경영향 평가 등을 이유로 공장 이전 등에 반대하면서 부처 간 갈등이 시작됐다. 환경부는 "공공주택특별법에 근거한 사업이라도 환경영향권 밖에서 발생한 사업은 신규사업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결국 이번 사안에 대해 법제처 및 국무조정실의 유권해석을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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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부처의 입장 차이로 불똥이 떨어진 것은 당장 오는 6월부터 입주를 앞둔 입주민들과 인근 공장 관계자들이다. 하남 미사 지구는 6월부터 15단지(956가구)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총 3,229가구의 입주가 이뤄진다. 26일 기자가 찾은 택지지구 내 28단지(1,541가구)는 레미콘 공장에 둘러싸여 있었다. 12월 입주를 앞둔 단지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 중인데 레미콘 공장에서 나온 차량 20여대가 흙먼지를 휘날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공장 이전 부지로 인근 초이동이 지정됐지만 아직 이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주예정자 K씨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레미콘 공장 옆에서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이대로라면 입주를 아예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공장 이전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 자리에 들어설 지하철 및 도로 등 기반시설 공사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지구 전체의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레미콘 공장들은 정부가 부지를 마련해주지 않아 이전을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U산업 사장은 "현재로서는 정부에서 마련해주기로 한 초이동 지역 말고는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공장 근로자 1,000여명도 공장 가동이 중단돼 일자리를 잃을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LH가 10월부터 두 부처 간 협의와 상관없이 이들 공장에 대한 철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늦어도 10월까지는 지하철 공사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LH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공장들에 대해 보상이 이뤄진 만큼 곧 명도소송 등 철거를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LH 하남사업본부의 관계자는 "법제처에서 공장 부지가 조속히 마련되는 쪽으로 결론지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법제처만 쳐다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28단지 입주예정자 대표 K씨는 "정부 측이 책임지고 꼭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교수는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며 "공장 이전이 지지부진할 경우 입주예정자들과 이전을 기다리고 있는 공장 입주자들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조속하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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