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제정책 안먹히는 최악상황 몰릴수도"

경상수지 10년만에 적자반전 전망 기정사실화<br>체감성장률도 3%대 밑으로 추락 가능성 높아<br>"유가 내려 형편 나아질 것" 정부는 여전히 장밋빛



국제통화기금(IMF)의 2007년 경제전망은 당초 우려대로 내년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리세션(경기하강)의 영향에 따라 수출증가율이 5년 만에 한자릿수대로 떨어지고 경상수지도 10년 만에 적자로 반전된다는 전망을 기정 사실화한 것이다. 세계경제의 성장 축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내년에 추세성장률인 3%에도 못 미치는 2.9% 성장에 그칠 전망이고 중국 역시 투자열기가 냉각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등 외부 여건이 매우 불건전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하라운드 교착에 따른 선진국들의 보호무역 득세 가능성도 걱정거리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내년에는 세계경기 둔화로 유가가 안정돼 교역조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새로운 멘트를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 시즌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는 더욱 위태로운 국면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체감 성장률 3% 밑으로 추락하나=IMF는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4.3%로 보고 있는데 국내외 연구기관의 전망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외롭게 한국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수출이 급격히 둔화되는 등 지난 2001년(성장률 3.8%)과 2003년(3.1%)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가지 고려할 것은 지표 성장률과 체감 성장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올 하반기에 이 둘간의 격차가 1%포인트 이상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표와 체감 성장률 격차는 수출과 내수의 단절 등을 고려해볼 때 좁혀질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내년 성장률이 4%대 초반을 기록할 경우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성장률은 3% 밑으로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대 초반 성장률 전망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높은 대외 의존도 등으로 외부 변수에 쉽게 흔들린다는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현 실상을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가하락, 구원투수 역할 하나=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안팎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에 대해 “유가 안정으로 국민총소득(GNI)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역조건 악화의 주범이었던 유가가 거꾸로 내년에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인 것. 유가안정이라는 게 세계경제 둔화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뒤집어보면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국민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이한 논리로 이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유가전망 자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유가 실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고유가의 한 축은 중동 정세불안 등 공급 측면에 따른 것”이라며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유가하락을 너무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둔화와 유가불안이 한꺼번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때문에 IMF도 우리나라의 내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올해보다 높은 2.7%로 전망하면서 물가불안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유가의 경우 공급 측면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며 경제둔화 속 고유가 현상 지속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는 지금까지 고유가에 따른 공공요금 및 공업제품의 가격 인상도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정책 실기 가능성 커져=정부는 물가상승률ㆍ실업률 등 지표를 놓고 볼 때 추가적인 거시경제 정책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렇게 낙관하는 사이에 경기가 수렁으로 빠져 어떤 정책조합도 통하지 않는 상황으로까지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약을 주더라도 기운이 있을 때 투여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경기가 죽고 난 뒤에는 만병통치약도 무용지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거시지표만 보고 경제를 처방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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