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카지노 경제

孫光植(언론인)미국 라스베가스에 가면 일확천금의 야화가 널려있다. 어떤 시골 할머니가 지나는 길에 스롯트 머신을 당겼더니 수백만달러가 쏟아졌는니, 루렛판에서 단숨에 10만달러를 챙긴 관광객이 있었다느니 하는 그런 얘기들이다. 호텔 카지노 객장에는 이것이 신화가 아니라 실화라는 걸 선전하기 위해 울트라 잭펏이 터진 기계에 요란한 선전딱지를 붙여 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휘황찬란한 조명과 심야 쇼에 정신을 빼앗긴 사람들은 부지런히 주머니를 털어 놓고 일확천금의 꿈을 꾼다. 그러나 새벽 먼동이 터 오면 불빛은 하나 둘씩 꺼지고 도박판에 앉았던 사람들은 허탈감에 빠지는 게 이 환락의 도시의 에필로그이다. 바야흐로 재테크시대라고 한다. 증권시장에 고객들이 맡긴 돈이 나날이 불어나 9조원에 달하고 거래량은 하루 4조~5조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각종 펀드가 쏟아지고 신문의 경제섹션은 돈 놓고 돈 버는 방법을 소개하기에 지면이 찢어진다. 이런 판세를 카지노에 비교할 것은 못되겠지만 어떻든 지금 돈이 중심이 되는 경제가 흐름의 큰 맥을 이루고 있다. 구조조정이다, 빅딜이나, 금융빅뱅이다 하는 것도 모두 돈의 문제로 귀착한다. 하기야 이른바 IMF사태란 것도 달러 부족이라는 돈의 문제가 발단이었다. 투자가 위축되고 증시가 붕괴일보 직전까지 몰렸었으니 골이 깊어도 엄청나게 깊었다. 경제회복 기류와 더불어 일어나는 반등이라고 치부하면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자본시장이 확대되어 기업의 자금조달이 용이해 지며 금리가 내려가게 된다는 측면을 생각하면 소망스러운 흐름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증시가 활황기류에 들어가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것은 좋은데 자칫 이 흐름이 경제의 중심사조가 되고 임계점을 넘어서면 제3의 파국을 불러들일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 이제까지 한국경제의 중심사조는 제조업과 수출이었다. 고용유발 효과와 분배의 측면에서 그 선택은 옳았었다. 모두가 잘 살게 된 것은 아니지만 직장을 얻는 기회가 넓어졌으며 전반적으로 소득이 올라갔던 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금융중심체제에서도 그렇게 될까. IMF이후 「돈 있는 사람들은 걱정이 없다」던가「더 부자가 되었다」는 말은 속설이 아니다. 재테크 경제라는 틀 자체가 그렇게 되어있다. 고용의 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세계금융의 헤게머니를 장악하고 현란한 재테크를 구사하는 미국은 지금 주가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소득불평등도가 크게 악화하고 있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계층이 하위 20%에 속하는 계층에 비해 9배 정도나 소득이 높다. 일본은 4배이고 독일은 6배이다. 금융 번창기류 속에 제조업의 정체현상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할 것 같다. 카지노성 경제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기우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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